2026년 4.1억대까지 성장
애플은 서비스 매출로 만회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더불어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리퍼비시 스마트폰 출하량 급증세다. 리퍼비시 스마트폰은 신형 모델 출시와 함께 제조사가 구형 제품을 사들였다 재판매하는(트레이드 인) 물량과, 중고 시장에서 수리한 뒤 자체 거래되는 제품을 합친 것이다. 

리퍼비시 스마트폰 출하가 늘수록 신품 판매량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탓에 스마트폰 업체들로서는 반갑지만은 않은 현상이다.

리퍼비시 스마트폰은 제조사가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트레이드 인' 시장과 중고폰 시장으로 나뉜다. /사진=컴페어앤드리사이클
리퍼비시 스마트폰은 제조사가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트레이드 인' 시장과 중고폰 시장으로 나뉜다. /사진=컴페어앤드리사이클

 

2022년 연간 2.8억대, 2026년 4.1억대로 성장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리퍼비시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8000만대에 달했다. 이 기록은 2021년 2억5300만대 대비 11.5%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신품 판매량이 12억대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는데 신품 판매 감소분 상당수가 리퍼비시 스마트폰 판매량으로 흡수된 셈이다. 

IDC는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이 연평균 10.3%씩 성장해 오는 2026년 4억1300만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근래 스마트폰 연평균 판매량이 12억~13억대 선에서 정체된 것은 이 같은 리퍼비시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세에도 일부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 전망. /자료=IDC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 전망. /자료=IDC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지난해 연말 삼성디스플레이가 ITC에 제기한 특허침해조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내 17개 업체가 중국으로부터 자사 특허를 침해한 OLED 패널을 수입해 리퍼비시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들이 수입한 패널 제조사가 어디인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업계는 사실상 중국 BOE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콕 찍어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리퍼비시용 패널에 한정해 ITC에 제소한 건, 애플⋅삼성전자 등 고객사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성장하는 리퍼비시 시장의 기세를 감안하면 수리용 패널 수입을 막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리퍼비시 스마트폰 판매량 2억8000만대 중 미국⋅캐나다의 비중은 26%로, 7350만대에 달했다. 이 중에 5%만 중고폰 시장에서 OLED를 교체해도 360만대의 OLED 수요가 매년 창출된다. ITC 판단을 받아본 뒤 리퍼비시 스마트폰 거래가 활발한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도 있다.

 

서비스 매출 낮은 제조사는 고민

 

이처럼 성장해 가는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는 제조사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리퍼비시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수록 신품 판매량은 제약될 수 밖에 없어서다. 제조사가 직접 소비자로부터 구형 모델을 매입하는 ‘트레이드 인’ 시장은 신품 교체 사이클이나마 단축할 수 있는데, 중고폰 시장에서의 직접 거래는 제조사 매출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다만 이 같은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조사마다 차이는 있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외에 애플뮤직⋅애플TV플러스⋅아케이드 등 서비스 매출 비중이 크다. 덕분에 한 번 생산된 아이폰이 중고 시장에서 손바뀜이 일어나도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애플TV+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애플
팀 쿡 애플 CEO가 애플TV+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애플

지난해 기준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794억달러(약 103조원)에 달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 대표 기업 인텔(631억달러), OTT 대표격인 넷플릭스(316억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애플을 제외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서비스 사업을 의미 있게 성장시킨 회사는 없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앱(응용프로그램) 거래도 ‘구글플레이’를 통해 일어나는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오포⋅비보⋅샤오미 등 제조사와는 상관 없는 서비스 매출이다. 

한 스마트폰 산업 전문가는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굳이 최신 스마트폰을 사지 않아도 되고, 경기불황 까지 겹치면서 리퍼비시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제조사들은 제품 판매 외에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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