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3억~2.4억대 페이스
애플도 동반 하락해야 1위 수성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마지막 자존심이던 출하량 면에서도 1위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삼성전자는 매출이나 수익성은 이미 애플에 한참 열세지만, 출하량 만큼은 세계 1위를 고수해왔다. 

출하량마저 역전될 경우 삼성전자 MX(스마트폰) 사업부는 애플에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2등 사업으로 공식 전락하게 된다.

 

삼성전자, 연간 2.4억대 페이스

 

올해 1~4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 약 8000만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갤럭시S’ 시리즈가 나오고, 3분기 폴더블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판매를 견인한다. 따라서 2분기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꺾이는 시기인데, 4월에도 간신히 2000만대 수준은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업계는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를 토대로, 올해 연간 출하량을 2억4000만대에 약간 못미칠 것으로 추정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2억2000만대선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 중간인 2억3000만대를 기록한다면 지난해 기록한 2억5700만대에서 재차 10% 깎이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은 지난 2017년 3억1800만대를 끝으로 2018년부터 3억대를 하회한 뒤 지속 줄어왔다.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2억2470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삼성전자가 1위를 수성하는 게 만만치 않을거란 전망이 나온다. 

브랜드별 스마트폰 출하 비중.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브랜드별 스마트폰 출하 비중.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달 초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1위는 삼성전자로, 점유율 22.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애플에 1위를 내준지 1개 분기만에 다시 선두를 되찾은 것이다. 

다만 애플은 4분기 신규 시리즈(올해는 아이폰15) 출시와 함께 대규모 물량을 쏟아 낸다. 삼성전자가 출하량 1위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상반기에 격차를 더 크게 벌려 놓아야 한다. 한 스마트폰 산업 전문가는 “올해 경기가 하락하면서 애플 역시 판매량이 높은 한 자릿수(7~8%) 정도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이폰15 시리즈가 예상 밖으로 선전하지만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1위 수성은 간신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자력으로 1위를 지키는 건 쉽지 않고, 애플이 동반 하락해 줘야 선두를 수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하량 1위, 삼성전자의 마지막 자존심

 

출하량 통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다. 이미 애플의 아이폰 매출과 삼성전자 MX사업부 매출은 두 배 수준으로 벌어진 상태다. 올해 1분기 기준 아이폰 매출은 513억달러(약 68조원)로, MX사업부 매출(31조82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심지어 MX사업부 실적에는 네트워크 장비 사업과 태블릿PC⋅스마트워치 실적까지 포함돼 있다. 

이러한 현상은 판매량은 엇비슷한데 ASP(평균판매가격)는 애플 제품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1분기 아이폰 ASP는 988달러 수준인데 비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ASP는 325달러에 그쳤다. 갤럭시 3대를 팔아야 아이폰 1대값 매출이 나온다. 

브랜드별 스마트폰 출하량.(단위=백만대) /자료=카운터포인트
브랜드별 스마트폰 출하량.(단위=백만대) /자료=카운터포인트

ASP가 높다보니 이익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판매량 점유율은 18%였지만, 매출 점유율은 48%, 이익 점유율은 85%에 달했다.

스마트폰 산업의 과실을 애플이 대부분 가져가는 상황에서 ‘출하량 1위’라는 타이틀은 삼성전자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어하는 보루다. 이는 브랜드가 가지는 상징성에도 영향이 크지만, 출하량이 많아야 소재⋅부품 소싱 측면에서 메리트를 점할 수 있어서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세트 출하 숫자가 줄면 단가는 물론, 협력사 입장에서 해당 고객사에 할당하는 리소스 자체가 감소한다”며 “그만큼 밀착된 서비스를 못받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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