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때문이라는 해석에 선 그어

BBK일렉트로닉스(이하 BBK)의 창립자 돤융핑(段永平)이 “‘저쿠(Zeku)’ 폐업은 회사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아이지웨이가 19일 보도했다. BBK는 비보⋅오포⋅리얼미 등 스마트폰 브랜드를 거느린 종합 전자 그룹이다. BBK는 최근 오포의 자회사이자 반도체 팹리스인 저쿠를 폐업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미국 행정부 압박 탓에 사업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쿠가 폐업하면서 30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해고될 예정이고, 이 회사가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설계하던 와중에 갑작스레 회사를 접었기 때문이다. 앞서 저쿠는 AI(인공지능)용 NPU(신경망프로세서) ‘마리실리콘X’와 블루투스칩 ‘마리실리콘Y’를 내놓기도 했다.

돤융핑은 소셜미디어 ‘스노볼’을 통해 저쿠 폐업 배경을 설명했는데, 그는 “잘못된 결정은 빨리 바로잡을수록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저쿠 폐업이 미국 제재 가능성 보다는 미래 사업성을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 저쿠가 스마트폰용 AP를 자체 개발한다고 해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안드로이드용 AP 시장이 퀄컴⋅미디어텍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삼성전자 ‘엑시노스’ AP조차 부침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BBK 산하 브랜드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연간 2억대를 넘는다고는 하지만, 퀄컴의 성능, 미디어텍의 원가경쟁력을 무시하고 저쿠 칩을 전폭적으로 밀어줄 수는 없다. 10nm(나노미터)급 이하 칩들은 파운드리를 통해 한 번 생산해보는데만도 천억원 단위의 자금이 들어간다. 수요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칩을 설계⋅생산하기는 위험이 크다. 

아이지웨이는 “2023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3% 빠지고, 5개 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씩 시장이 축소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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