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비메모리 사업에서 3000억원 적자
3분기 '갤럭시S23 FE'에는 엑시노스 탑재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실적에서 메모리 사업부 대규모 적자에 가려 주목하지 않았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비메모리 부문 실적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스템LSI의 주력 제품인 ‘엑시노스’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가 ‘갤럭시S23’에 들어가지 못한데다 파운드리 사업부 가동률 역시 크게 저하된 탓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AP.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엑시노스. AP.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비메모리, 1분기 3000억원 적자

 

지난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적자는 4조6000억원으로, D램⋅낸드플래시 적자만 4조원에 달했다. 나머지 6000억원은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과 LED사업팀 같은 DS부문 직속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 사업부에 대한 실적을 세세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업계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규모를 30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더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파운드리 사업은 BEP(손익분기점), 대부분의 적자는 시스템LSI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메모리 사업의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6240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손익 관점에서 1조원 후퇴한 셈이다. 직전분기 5550억원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요약.(단위=십억원) /자료=유안타증권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요약.(단위=십억원) /자료=유안타증권

메모리 사업 적자는 최근의 사이클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오르내린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수주사업인 비메모리 부문 손실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뼈아플 수 밖에 없다. 

대만 TSMC는 최근 업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2312억대만달러(약 10조원)로, 1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팹리스인 미디어텍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줄긴 했지만 143억대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그동안 비메모리 부문 1분기 실적을 받쳐주던 제품이 엑시노스 AP인데 갤럭시S23에 미탑재되면서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며 “파운드리의 낮은 가동률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23 FE’에 엑시노스 탑재 유력

 

따라서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여부도 엑시노스 출하와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에 달려있다. 증권업계는 2분기 시스템LSI⋅파운드리 실적이 소폭 흑자로 반전됐다가 4분기에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엑시노스 AP는 삼성전자 MX(스마트폰) 사업부가 3분기에 내놓을 갤럭시S23 FE(팬에디션) 모델에 탑재가 유력하다. 

갤럭시S21 FE. /사진=삼성전자
갤럭시S21 FE. /사진=삼성전자

FE 모델은 삼성전자가 상반기 내놓은 S 시리즈 부품 스펙을 일부 다운그레이드 해 내놓는 보급형 버전이다. 지난 2020년 ‘갤럭시S20’ 시리즈에서 처음 FE 모델을 선보인 후 2년 연속 출시했다가 지난해 ‘갤럭시S22’ 시리즈에서는 FE를 내놓지 않았다. 

올해는 AP를 엑시노스로 바꿔끼고 9~10월쯤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모델 생산을 출시 2~3개월 전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부터는 시스템LSI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4’에는 예년처럼 퀄컴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가 지역을 나눠 출시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삼성전자 MX사업부 관계자는 “갤럭시S24 한국 및 유럽향 제품에 엑시노스를 탑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지난해처럼 막판까지 가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스냅드래곤 차기 AP가 설계 및 공정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큰 폭으로 이뤄져서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는 노드별로 50% 안팎까지 떨어진 가동률을 회복하는 게 관건인데, 수주 사이클이 긴 파운드리 특성상 단기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14nm(나노미터) 이하 선단공정은 이미 2년 앞서 수주가 결정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단기에 가동률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는 분야는 레거시 공정 제품들 중심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한 파운드리 산업 전문가는 “하반기 IT 업황이 회복한다는 가정 하에 이미 수주해 놓은 제품의 양산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미 TSMC로 건너가버린 물량을 다시 찾아오는 건, 성공한다고 해도 단기 실적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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