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으로 상향등 켜는 지능형 시스템
미국, 지난해 ADB 관련법 제정

현대차⋅기아에 자동차용 등화장치(전조등⋅후미등)를 공급하는 에스엘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BMW에 ADB(Adaptive Driving Beam)를 공급한다. ADB는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고 있다가 대항차⋅선행차가 나타나면 해당 영역만 선택적으로 하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운전자의 넓은 야간 시야를 확보하면서 상대차 눈부심도 피할 수 있어 최근 고급 모델에 ADB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ADB의 구성. /사진=삼성전자
ADB의 구성. /사진=삼성전자

에스엘, BMW 퀄 통과

 

에스엘은 BMW에 ADB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품질인증(퀄) 작업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연말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BMW 향 ADB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그동안 에스엘은 현대차⋅기아에 등화장치를 공급하며 성장해왔다. 매출액 기준으로 60% 이상이 현대차그룹, 25% 정도가 미국 GM(제너럴모터)를 통해 벌어들인다. 

지역별로도 한국 비중이 60%, 북미가 20% 정도며, 나머지는 중국⋅인도다. 유럽 향 매출 비중은 미미한데, 이번에 BMW를 신규 고객사로 유치하면서 향후 유럽 지역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BMW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미니’ 브랜드를 합쳐 200만대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에스엘이 공급하는 ADB는 일명 ‘스마트 전조등’ 시스템이다. 과거 전조등은 할로겐 램프가 1개 내지 2개가 붙어 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2010년대들어 광원이 LED(발광다이오드)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최근 고급차에는 CSP(칩스케일패키지) LED 여러개를 이어 붙여 하나의 광원으로 만든다. 

ADB용 광원장치. CSP LED 여러개가 하나의 광원을 이룬다. /사진=삼성전자
ADB용 광원장치. CSP LED 여러개가 하나의 광원을 이룬다. /사진=삼성전자

ADB는 이들 LED를 개별적으로 컨트롤하는 기능이다. 가로등이 드문 시골길에서 상향등을 켜면 넓은 야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항차(맞은편 차선에서 반대로 달리는 차)와 선행차(같은 차선에서 앞서 달리는 차)에 눈부심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ADB는 상향등을 켜더라도 대항차⋅선행차가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광원을 끄거나 조사각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일부 운전자는 상향등을 켜고 있다가 다른 차가 나타나면 잠시 상향등을 껐다가, 다른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다시 상향등을 켜기도 한다. ADB는 기본적으로 상향등을 켜고, 일부 영역만 자동으로 끈다(조사각을 내린다)는 점에서 야간 시야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는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의 센서로 전방을 주시하고, 상향등을 꺼야 하는 영역이 어느 부위인지를 실시간 판단하는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에스엘 관계자는 “BMW의 까다로운 품질 인증작업을 거쳐 최근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며 “곧 유럽 지역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 7시리즈 세단. /사진=BMW코리아
BMW 7시리즈 세단. /사진=BMW코리아

미국, ADB 탑재 기준 마련…보급 기폭제 될 것

 

ADB의 이 같은 편리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미국에서는 관련 기능이 탑재된 차를 판매하는 게 불가능했다. 주로 유럽 및 아시아 브래드를 중심으로 ADB가 폭넓게 적용됐다.

이는 미국에서 지난 1967년에 제정된 ‘연방자동차안전기준 108호’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도로법상 자동차는 상향등과 하향등을 각각 전용으로 탑재해야 한다. ADB는 하나의 전조등이 상향등과 하향등 기능을 선택적으로 수행하므로,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 

연방자동차안전기준 108호는 과거 전조등을 선택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던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 NHTSA(도로교통안전국)은 여론 수렴을 거쳐 지난해 2월 ADB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덕분에 올해부터 미국에서 출시되는 자동차들에도 ADB 기능이 탑재될 수 있게 됐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미국의 ADB 관련법은 상대차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을 좀 더 까다롭게 보호하는 방식으로 마련되었다”며 “도로 주행환경이나 보행자 유무를 훨씬 면밀하게 탐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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