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가트너 등 시장조사 업체 추산…애플 PC 출하량 감소폭이 가장 커
PC 시장 위축으로 지난달 대만 IT 기업 매출 10년 만에 최대 급감하기도

▲애플의 맥북 프로
▲애플의 맥북 프로

지난 1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올초 출시한 맥북 프로도 시장 침체를 극복하지 못해 이 기간 애플은 세계 주요 PC 생산 기업 중에 출하량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이 됐다. IT 경기 침체가 마침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이같은 시장 위축세는 세계 PC 주요 생산국인 대만 IT 기업들에게도 고스란히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주요 업체별 PC 출하량 추정치/출처 IDC
▲1분기 주요 업체별 PC 출하량 추정치/출처 IDC

지난 1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5690만대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PC 수요가 급증하기 전인 지난 2019년 1분기 출하량인 5920만대에도 못 미쳤다.

특히 상위 5대 PC 기업 가운데 애플의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5%나 급감해 가장 감소폭이 컸다. 애플이 올해 1월 신형 고급 노트북 맥북 프로를 출시했음에도 출하량 감소를 막지 못했다. 애츨에 이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은 델 31%, 레노버·아수스 30.3%, HP 24.2%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PC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애플이 나홀로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앞서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세계 PC 출하량은 15% 줄었으나, 애플의 출하량은 40%나 상승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도 애플의 출하량은 시장 침체기 속에서도 3% 하락에 그쳤다.

애플뿐 아니라 다른 상위권 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레노버는 1분기 1270만대를 출하해 1위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소폭(0.4%) 줄어든 22.4%를 기록했다. 2위인 HP의 출하량은 1200만대로,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21.1%를 차지했다. 3위인 델의 출하량은 95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16.7%의 점유율에 머물렀다.

IDC는 지난 몇 달 동안 PC 재고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재고율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내년에는 노후 PC 교체 수요가 생기면서 재고가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이런 예측의 변수는 경기침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지난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나 감소한 552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IDC 조사 결과보다 소폭이지만 더 부진한 출하량이다.

특히 애플의 경우 가트너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든 480만대의 맥을 출하한 것으로 집계했다. 앞서 IDC는 40% 급감한 410만대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월가 분석가들은 1분기 애플의 맥 판매 대수를 600만대에 82억달러로 예상해왔다. 두 시장 조사 업체들의 집계치보다 훨씬 많았던 수준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나머지 상위권 업체 가운데 시장 점유율 1위(23.3%)인 레노버는 1분기 1280만대를 출하해 전년 동기보다 30.2% 감소했다. HP는 24%, 델은 31%, 아수스는 30%씩 줄어든 출하량을 기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트너는 특히 PC 업체가 재고 정리를 위해 큰 폭으로 가격을 할인하면서 1분기 가격 압박도 심해졌다고 밝혔다. 결국 경기 침체로 인한 PC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PC 시장의 위축세는 주요 공장으로 여겨지는 대만 IT 업계의 타격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대만 주요 IT 기업 19개사의 지난달 매출액 합계가 전년 동월 대비 18.5%나 감소한 1조789억대만달러(약 46조3603억원)로 집계돼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19개사 가운데 매출이 감소한 기업도 역대 최다인 16개였다.

대만은 전 세계 PC의 80%, 서버의 90%, 반도체의 60%를 조립·생산하는 세계 IT 기기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IT 업체들이 매달 발표하는 실적은 세계 IT 경기를 점치는 선행 지표로도 여겨진다. PC 시장 침체로 인한 애플의 출하량 부진이 반영되면서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 폭스콘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닛케이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호황이었던 PC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만 IT 매출이 줄었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IT 경기는 향후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에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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