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성공 요건으로는 경영진의 관심과 추진력이 가장 높아

국내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이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선진 기업에 비해 한 단계 이상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에 보다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31일 ‘국내외 기업 디지털 전환 대응 역량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 1월말부터 두달여간 국내외 기업 638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이 해외 기업보다 1~1.5단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국내 기업 515개사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 참가한 해외 기업 12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서 무협은 ‘디지털 전환 단계’를 ▲준비 중 ▲도입 시작 ▲적용 중 ▲정착 ▲활발히 진행 중 등 총 다섯 단계로 나눠 설문을 벌였다.

그 결과 해외 기업은 디지털 전환 단계가 정착(36.6%), 적용 중(27.6%), 활발히 진행 중(23.6%)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국내 기업은 적용 중(39.8%), 도입 시작(26.0%), 준비 중(22.9%)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가장 높은 단계인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응답한 국내 기업은 3.5%에 불과했다.

무협은 또 ‘디지털 전환 진행 단계’를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음 ▲시작은 했으나 진행이 더딘 편 ▲보통 ▲어느 정도 진행 ▲매우 잘 진행 등 5개로 구분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의 43.9%가 ‘시작은 했지만 진행이 더디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43.1%)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증가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격차가 1.5∼2단계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기업 중 60.8%가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견기업(44.8%)과 중·소기업(각각 44.2%, 55.7%)은 전담 조직과 인력이 없다고 응답해 큰 격차를 나타냈던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내와 해외 기업간, 국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 디지털 전환도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자금 부족(60%)’, 디지털 관련 해결이 시급한 사항으로는 ‘전반적 법·제도적 정비(46.2%)’가 꼽혔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한정된 인력으로 전담 부서가 없는 만큼 전담 부서 지정 요건 등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디지털 전환 성공을 위한 요건으로 경영진의 관심과 추진력(34%)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전환 애로 부문에서 중견기업의 경우 ‘경영진 관심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12.5%로 다른 규모 기업군(대기업 3.9%, 중기업 3.4%, 소기업 7.2%)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견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주력 제품과 서비스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던 점이 눈길을 끈다. 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의 수출 기여에 대한 평가는 긍정 응답 비율이 54.2%에 그쳐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긍정적 반응이 미흡했다. 이는 상당수 중견기업이 B2B 중심의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어 디지털 전환 요구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됐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주요국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5년간 첨단 기술에 1200억달러를 투자하는 ‘혁신경쟁법(USICA)’과 첨단 산업 원자재 확보를 위한 ‘미국경쟁법(ACC)’ 제정 등 초격차 디지털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고 중국은 2025년까지 디지털 산업을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높일 목표로 ‘디지털 차이나’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특히 외국 기업들은 향후 도입할 디지털 기술로 ‘인공지능(AI·67.5%)’을 꼽을 만큼 AI는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어 정부는 기업의 AI 관련 기술 확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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