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행사시 지분 59.94%로 최대주주 올라
레인보우로보틱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삼성전자 부사장 선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족보행 로봇 ‘HUBO2’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족보행 로봇 ‘HUBO2’

삼성전자가 올초에 이어 국내 로봇 전문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대표 이정호)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오준호 최고기술책임자(CTO)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전량(855만439주)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한 첫 사례인데, 사실상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자로 레인보우로보틱스 보통주 91만3936주를 주당 3만400원, 총액 277억8365만원에 장외매수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해 10.22%(194만200주)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은 14.99%(285만4136주)로 늘었다. 자산 또는 매출액 3천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이나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하는데, 그 기준에 근소하게 못 미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날 주주간 계약을 새로 체결해 일정기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삼성전자에 팔도록 요구할 수 있는 콜옵션도 확보했다. 콜옵션 의무자는 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포함 7인이다. 콜옵션 대상 주식은 855만439주다.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보유 주식이 1140만4575주로 늘어 지분율 59.94%가 된다. 삼성전자는 또 최대주주를 포함한 6인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이에 대한 우선매수권도 갖게 됐다. 결국 향후 경영권 확보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처음 이족보행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한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팀이 2011년 2월 분사해 탄생한 기업이다. 이족보행·사족보행 로봇, 협동로봇(인간과 상호작용을 위한 로봇) 등을 개발했다. 지난 2021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처음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번 지분 투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에 의지를 보여왔던 것과 궤를 함께 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초 “로봇을 신사업으로 삼고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해 ‘EX1’이라는 이름의 시니어 운동 보조 로봇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전날 주주총회에서도 “향후 본격화할 로봇 시대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화해나가겠다”며 “다양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강화하고 고객 생활에서 유용함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번 지분 추가 투자를 계기로 이사진으로 현직 삼성전자 임원을 선임하기로 해 양사간 ‘화학적 결합’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고 공시했다. 이번 투자를 관리해 온 윤 부사장은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 담당임원을 거쳐 삼성전자에서 사업지원TF 담당임원과 네트워크사업부 기획팀장 등을 지냈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에 올 들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급등했다. 올해 첫 거래일 3만2600원이던 주가는 최근까지 4배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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