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이어 1월에도 재고 감소
반도체⋅디스플레이⋅MLCC 등 소재⋅부품 업종에 영향

IT 세트 업종 전반적으로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하반기 중국 스마트폰 수요에 거는 기대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동률을 선제적으로 낮췄고 중국 정부가 ‘리오프닝(코로나19 봉쇄 해제)’ 정책을 추진하면 관련 재고가 크게 줄어든 게 확인되면서다.

특히 최근 낮아진 메모리 반도체 가격 덕분에 스마트폰 업체들이 용량 늘리기에 나설 경우 반도체 시황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분기별 스마트폰 재고 증감 현황(단위 : 백만대). /자료=한국투자증권
분기별 스마트폰 재고 증감 현황(단위 : 백만대). /자료=한국투자증권

 

스마트폰, 결자해지 나설까

 

지난해 초 IT 업황 하락의 신호탄은 스마튼폰 업종이 쏘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업계 전반적으로 재고가 누적된 탓에 생산⋅출하가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한창 스마트폰 재고가 누적되던 2~3분기 전후로 업계 전반적인 재고일수가 12주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3개월간 공장을 돌리지 않아도 판매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이 수치가 6주 안팎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집계에서도 확인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유통 재고는 1900만대 가량 감소했으며, 1월에만 390만대가 추가로 줄었다. 4분기는 전통적인 IT 기기 성수기인데, 업계가 수요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생산을 줄인 덕분이다. 이처럼 제품 판매량이 제품 출하량을 뛰어 넘는 역전현상이 지속되면, 다시금 소재⋅부품 발주를 늘릴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는 리오프닝 정책의 일환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중국 내수 생산⋅소비가 늘면서 IT 세트 수요 역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은 중국 리오프닝이 예상보다 빨라짐에 따라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5% 5.0%로 상향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매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재고 감소가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소비만 살아나면 출하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업종에 영향

 

이처럼 지난해 IT 업황 급락의 단초가 됐던 스마트폰 산업에 훈풍이 불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관련 부품 업종에도 온기가 전달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D램 시장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36.8%다. 37.6%인 서버에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으나 여전히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막강하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3단자 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개발한 3단자 MLCC. /사진=삼성전기

특히나 최근 낮아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감안해 스마트폰 업체들이 D램이나 낸드플래시 용량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D램 가격은 지난 2021년 3분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메모리 용량은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디스플레이 성능과 함께 스마트폰 스펙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며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메모리를 후하게 탑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 1일 열린 SK하이닉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제기됐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성능을 중시하는 플래그십 모델은 업체 간 점유율 경쟁으로 인한 고용량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유통 재고가 감소함에 따라 하반기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만큼이나 스마트폰 산업 의존도가 높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산업 역시 중국 스마트폰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MLCC는 지난해 팬데믹 국면에서 극심한 공급부족에 시달린 탓에, IT 수요 회복 조짐이 보이면 세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중국 유통 업체들을 중심으로 MLCC 신규 발주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TV용 패널이 아직 재고 수준이 높은 반면, 스마트폰용 패널 재고는 거의 소진된 상태”라며 “수요만 받쳐주면 다시금 가동률을 높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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