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
회사측 "28nm 공정 쇼티지 탓"
SDC, DDI 공급사 구도 개편 관측

DDI(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 설계업체 매그나칩의 4분기 관련 매출이 1년 전보다 8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수요가 전반적으로 빠지면서 업황이 나빠진 걸 감안해도 매출 감소폭이 이례적일 정도로 크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매그나칩이 경영권 및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주 고객인 삼성디스플레이가 관련 물량을 다른 벤더로 이관한 것으로 추정한다. 

스마트폰용 DDI.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DDI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DDI.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DDI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4Q DDI 매출, YoY 81.7% 감소

 

16일(현지시간) 매그나칩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지난해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디스플레이솔루션 매출은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81.7% 감소한 755만달러(약 98억원)에 그쳤다. 회사 주력 사업 중 하나인 DDI 매출이 크게 줄면서 4분기 전사 매출 역시 6099만달러로 1년 전 1억1033만달러 대비 44% 감소했다. 

DDI 사업과 달리 파워솔루션 매출은 2021년 4분기 대비 20.5% 줄어든 4627만달러를 기록했다. 비록 1년 전보다 감소하기는 했지만 DDI 사업에 비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DDI 사업에서의 손실 탓에 매그나칩은 4분기 영업손실 1011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도 전년 8340만달러 흑자에서 524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매그나칩 4분기 실적 요약. /자료=매그나칩 4분기 실적보고서
매그나칩 4분기 실적 요약. /자료=매그나칩 4분기 실적보고서

매그나칩은 DDI 부문 매출 감소 원인으로 28nm(나노미터) 공정 쇼티지와 디스플레이 수요 감소를 꼽았다. 매그나칩은 팹리스로서 DDI 설계까지만 끝낸 뒤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긴다. 그런데 28nm 파운드리 생산 슬롯(할당)을 잡지 못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28nm 공정은 DDI는 물론 CIS(이미지센서), 자동차용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하는 공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파운드리 가동률이 저하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높게 유지되는 것은 맞다. 

다만 28nm 공정 쇼티지는 매그나칩 실적이 양호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더욱 극심했고, 하반기로 갈수록 오히려 생산에 여유가 생긴 시기다. 28nm 공정 쇼티지 탓에 매출이 줄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DDI 벤더 재편 작업…원익디투아이⋅LX세미콘 진입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계는 매그나칩 매출이 크게 빠진 원인이 28nm 공정 쇼티지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벤더 재조정 작업에 따른 여파로 추정한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모듈 생산에 사용하는 DDI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매그나칩⋅아나패스 등이 역할을 나눠 공급해왔다. 시스템LSI가 비교적 고가 제품을 위한 DDI를 공급하는 한편, 매그나칩⋅아나패스가 중저가 라인업에 포진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그나칩 물량이 크게 빠지는 대신 아나패스에 이어 원익디투아이⋅LX세미콘 등이 신규 공급사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DDI 수요가 빠지는 상황에서 시스템LSI⋅아나패스 등으로 물량이 이전되고, 새 경쟁사까지 가세한 셈이다.

원익디투아이는 2021년 말 설립된 신생 팹리스다. 지난해 3분기 중 원익그룹이 이 회사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계열사로 편입됐다. 

원익그룹은 원익IPS가 디스플레이용 장비를, 원익머트리얼즈가 디스플레이용 공정 가스를 공급하는 등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와 밀접하게 협력해왔다. 이번에 원익디투아이를 통해 DDI 공급이 본격화하면 장비⋅소재에 이어 부품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게 된다. 

이 밖에 LG그룹과 LX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LX그룹으로 편입된 LX세미콘 역시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 DDI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중국으로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던 매그나칩 대신 신규 공급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벤더 구도를 다시 짜게 됐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매그나칩이 매각을 추진하던 지난 2021년 이전부터 관련 물량을 다른 협력사에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며 “매그나칩은 이제 매출 규모가 줄면서 이전과 같은 가격에 매각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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