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1분기 매출 전망은 낮춰
올 설비투자 규모 최대 12%↓…5년만에 축소

▲TSMC 본사 전경/TSMC 제공.
▲TSMC 본사 전경/TSMC 제공.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세계 반도체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작년 4분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이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구가하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분간 세계적인 수요 침체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며, 올해 설비 투자 규모도 지난해보다 축소하기로 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TSMC는 이날 작년 4분기 순이익이 2959억대만달러(약 12조1100억원)로 전년 동기(1662억대만달러)보다 78%나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2894억4000만대만달러)를 웃돈다.

TSMC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망치보다 낮았지만 첨단 반도체 판매에 힘입어 순이익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6255억대만달러)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으나, 시장 전망치(6360억대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TSMC 매출이 전망치에 미달한 것은 2년 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TSMC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2.5%나 늘어난 1조1천212억 대만달러(약 46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매출액도 42.6% 증가한 2조2639억 대만달러(약 93조원)로 역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16% 줄어든 43조3천7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다만 TSMC도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장 수요 침체가 본격화한 탓에 당분간은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4분기는 연말 시장 수요 둔화와 고객들의 재고 조정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며 “이런 상황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1분기 매출을 167억~175억달러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시장 전망치인 179억달러를 밑돈다”며 “1분기는 글로벌 수요 둔화 속 TSMC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고객 맞춤형 생산을 하는 파운드리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보다 업황에 덜 민감하지만, 올 상반기 TV·PC 등 전방 시장 수요가 더 위축되면서 파운드리 업계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3% 감소한 1372억달러(약 181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TSMC의 주문량도 이미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고객사인 AMD, 엔비디아, 인텔, 미디어텍 등은 수요 저하와 재고 급증으로 주문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올해 설비 투자 규모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4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웬델 황 CFO는 올해 자본지출(설비투자) 목표액을 320억~360억달러로 예상하며 전년도의 363억달러보다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보다 최대 11.8%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TSMC의 설비투자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 웬델 황 CFO는 “자본지출 가운데 70%는 첨단 프로세스 기술에 투자하고 20%는 특화된 기술에, 10%는 첨단 패키징 등의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TSMC는 올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을 포함한 제품에 힘입어 사업이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올해 전체 반도체산업은 다소 하향세를 보이겠지만 TSMC는 조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TSMC는 이날 일본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28나노 공정을 위한 기술특화 공장을 짓고 있고, 2024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웨이 CEO는 “고객의 수요와 정부 지원 등을 고려해 일본에 두 번째 공장을 짓는 것도 고려중에 있다”며 “유럽에는 차량용 반도체에 특화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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