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최소 30개 업체가 스위스 상장 준비"
중국 기업의 뉴욕 증시 퇴출 압박 영향

스위스 증권거래소 'SIX' ./사진=SIX
스위스 증권거래소 'SIX' ./사진=SIX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부 중국 기업들이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30일 보도했다. 알리바바⋅바이두 등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들에 대한 퇴출 압박이 거세지자 자금조달을 위해 미국 영향력이 적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중국⋅스위스가 회계규정과 규제감독 권한에 대해 상호 인정하기로 협약한 영향도 컸다. 이후 지금까지 5개월 간 중국 및 홍콩 기업 9개가 스위스 증시에 신규 상장됐다. 

가장 최근 스위스 증시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장쑤이스턴성홍이다. 화학소재 생산업체인 장쑤이스턴성홍은 지난 수요일 상장과 함께 7억1800만달러(약 9000억원)를 조달했다. 이외에도 고션하이테크, 순와다전자, 레푸메디컬테크놀러지, 항저우크레이트스타 등이 스위스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우선 자국(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한 뒤, 스위스에서는 G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거래된다. 

중국은 이처럼 자국과 상대국 모두에서 거래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스위스 외에 영국⋅독일 관계 당국과도 논의 중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EY의 링고최 IPO(기업공개) 리더는 “중국 기업들이 스위스 증시에 상장하는 건 스위스가 중국 회계감사 제도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감사 불투명성을 놓고 오래 전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 문제를 이유로 미국 측의 중국 기반 회계법인 조사 또는 중국 기업 감사 기록 접근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 

양국 입장 차이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 의회는 지난 2020년 감리를 3년 연속 거부한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근거를 담은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4년에는 알리바바·바이두·JD닷컴 등 260개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일부 기업들은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하는 등 미국 증시 퇴출 사태에 대비하고 나섰다.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등 일부 국영기업은 자진 상장 폐지 절차를 밟기도 했다. 

이달 중순 중국 당국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자국 기업에 대한 감리 권한을 부여하면서 당장 증시 퇴출 위기는 모면했다. 그러나 신규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뉴욕 증시 입성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자체 조사를 통해 최소 3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스위스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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