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점검 결과 발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4년 전 할당한 5세대(5G) 통신용 28㎓ 주파수를 회수하는 사상 초유의 고강도 제재 조치를 단행한다. 현재 28㎓ 주파수 대역 이용기간은 5년인데, 주파수 이용기간 만료 이전에 할당이 취소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주파수 대역에서 이들 두 통신사업자들이 애초 약속대로 통신망을 깔지 않았다는 이유다. 향후 이통3사에 대한 최종 처분은 12월 청문절차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최종 처분이 확정되면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추진하고 신규 투자를 통해 28㎓ 대역을 활성화 한다는 방침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28㎓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SKT에는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KT와 LGU+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통지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LG텔레콤이 IMT2000 주파수를 자진 반납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주파수 할당을 강제 취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과기정통부가 18일 발표한 ‘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18년 5월 주파수 할당 당시 정부가 요구한 회사당 28㎓ 주파수 대역 장치 1만5000대 설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의 설치율은 10.6~12.5%(1586~1868대)에 그쳤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28㎓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없는 등 통신 사업자들의 28㎓ 대역 활성화 의지가 떨어진다고도 봤다.

정부는 당시 3.5㎓ 대역(280㎒폭)과 28㎓ 대역(2400㎒폭)을 동시에 할당했다. 일반 사용자가 쓰는 3.5㎓ 주파수는 현재 요구량 대비 300% 안팎의 설치율(5월 말 기준)을 기록했으나 28㎓ 대역은 겨우 10%에 턱걸이하고 있다. 당초 주파수 할당 시 3년 차까지 3.5㎓ 대역은 2만2500 기지국을, 28㎓ 대역은 1만5000개의 장치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또한 28㎓ 대역의 경우 투자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이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최저 경쟁 가격을 낮추는 한편 망 구축 의무는 최소화했다. 통신사업자들은 28㎓ 주파수에 각각 2000억원을 들여 할당받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8년 5G 주파수 3.5㎓ 대역과 28㎓ 대역을 각각 할당하면서 기지국 의무 수량 대비 구축 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할당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결국 최근 정부가 수행한 이행 결과 점검에서 3.5㎓ 대역은 통신 3사가 모두 90점 이상의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28㎓ 대역에서 SKT는 30.5점, LGU+는 28.9점, KT는 27.3점을 각각 받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6개월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받았고 KT와 LGU+는 해당 주파수 회수 대상이 된 것이다. 정부는 오는 12월 통신 3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처분을 확정한다. 내년 5월 말까지 장비 1만5000대를 모두 설치하지 않으면 SK텔레콤 주파수도 회수 대상이 된다.

이번에 주파수 회수라는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내려진 28㎓ 대역은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하는 데 유리하다. 직진성이 강한 탓에 신호가 쉽게 가로막히는 만큼 한 장소에 장치를 여러 개 설치해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비 부담이 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은 통신 사업자들이 28㎓ 대역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호주·인도 등 33개 국가는 주파수 할당 또는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8㎓ 칩셋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50종 이상이 출시됐고 2021년 이후 6100만대 이상이 보급됐다.

주파수 할당 당시만 해도 28㎓ 대역 주파수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알려지면서 ‘진짜 5G’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장비 구축과 시장 형성이 더뎌지면서 마땅한 활용법을 찾지 못했고, 28㎓는 5G 품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주파수가 지난 3년간 외면받은 이유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입장은 크게 엇갈린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서비스가 잘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 최소 수량조차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한국은 주요 지역에 이미 품질이 더 우수한 와이파이 기반 핫스폿이 설치돼 있어 추가적인 28㎓ 설치 수요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개인 사용자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기업 사용자도 수요처가 없어 설치를 못했다는 주장이다.

사상 초유의 주파수 회수 사태에 대해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내 경쟁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청문 절차를 거쳐 2개 사업자가 최종적으로 할당 취소되면, 취소된 주파수 대역 중 1개는 기존 사업자가 아닌 신규 사업자 진입 용도로만 별도 지정하기로 했다.

또한 5G 28㎓ 대역에 신규 투자하는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 수단도 내놓았다. 신규 사업자에 28㎓ 대역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신호 제어용 주파수(앵커 주파수)를 시장 선호도가 높은 대역으로 공급하고, 주파수 이용 단위를 전국 또는 지역 중에서 사업자가 선택하도록 했다. 기간통신사업자 상호접속, 설비 제공 등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는 등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돕는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신규 사업자로 외국 사업자가 진입할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고 49%까지 국내 통신 사업자에 지분 투자할 수 있다. 간접투자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100%까지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중 주파수 할당 취소가 최종 결정되는 2개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 촉진 방안과 신규 사업자에게 지정 배분될 1개 대역에 대한 세부 정책 방향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주파수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들에 대해 이행강제금 등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마련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평가위원회 의견과 대국민 서비스의 지속성이라는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SKT가 추진 중인 지하철 28㎓ 무료 와이파이 설비·장비의 구축 및 운영은 지속할 것을 통보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 발표에 송구하다는 입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방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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