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FoD 내재형 OLED 개발
현재의 광학식⋅초음파식 모듈 필요 없어
터치스크린처럼 산업 자체가 위협 받을수도

2010년대 호황을 누렸던 터치스크린패널(TSP) 산업이 몰락한 건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 기술이 상용화되면서다. 2017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에서 처음 온셀 터치 기능을 구현하자 더 이상 TSP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Y-OCTA(와이옥타), LG디스플레이의 TOE(터치온인캡슐레이션), BOE의 FMLOC(플렉서블멀티레이어온셀) 등은 이름은 달라도 모두 TSP가 필요 없는 터치 기술이다.

이제 FoD(지문인식) 모듈 산업의 운명이 TSP의 뒤를 따를 위기에 처했다.

현재의 지문인식 모듈은 화면 아래 위치한다. 모듈 크기가 클수록 편의성과 보안성이 높아진다. /사진=삼성전자
현재의 지문인식 모듈은 화면 아래 위치한다. 모듈 크기가 클수록 편의성과 보안성이 높아진다. /사진=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FoD 모듈 내재형 OLED 개발

 

윤여건 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연구소 상무는 9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총괄워크숍에서 “앞으로 더 다양한 센싱 기술이 OLED 패널 내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oD를 디스플레이 내에서 구현하기 위해 광대역 센서 기술과 노이즈 감소 기술, 스마트 알고리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FoD(Fingerprint on Display)는 지금도 디스플레이 위에 지문을 갖다 대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OLED에 내재된 것은 아니고, OLED 화면 뒤에 광학식⋅초음파식 모듈을 부착해 사용자 지문을 인식하게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처럼 별도의 모듈을 쓰지 않고, OLED 내 TFT(박막트랜지스터)와 픽셀을 통해 지문의 굴곡을 읽어들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근적외선 파장에 가까운 적색광을 OLED에서 방사하고, 지문이 반사한 빛 패턴을 읽어들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녹⋅청색 픽셀 옆에 근적외선을 인식할 수 있는 광다이오드(PD, 포토다이오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FoD가 내재된 OLED의 픽셀 배치는 적⋅녹⋅청색에 PD가 하나 추가되는 식이다. 

와이옥타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갤럭시노트7 출시 이후 터치스크린패널 산업은 몰락했다. /사진=삼성전자
와이옥타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갤럭시노트7 출시 이후 터치스크린패널 산업은 몰락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처럼 FoD 모듈을 OLED에 내재화시킴으로써 얻어지는 이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지문인식 범위를 화면 전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 현재는 지문인식 범위가 손가락 한 마디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좁은데, 이를 스마트폰 화면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손가락 2~3개를 동시에 인식시킴으로써 보안성도 더 높일 수 있다. 마치 4자리 비밀번호를 8자리, 12자리로 늘리는 효과다.

OLED 화면 뒤에 별도 모듈이 붙지 않음으로써 OLED 패널 디자인이 경박단소해진다. 여기서 절감되는 부분은 배터리나 다른 부품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할 수 있다.

FoD 센서업체 및 모듈업체로 산개된 서플라이체인을 디스플레이 회사 한 곳으로 일원화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 관리 포인트가 줄어드는 효과다.

 

기존 FoD 업체들 타격 불가피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일반화되면 종전 FoD 모듈 서플라이체인 내 회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7년 이후 TSP 회사들이 종적을 감춘 것처럼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 

현재 광학식 FoD 모듈은 파트론⋅엠씨넥스⋅드림텍 등 국내 카메라모듈 회사들이 더불어 생산하는 품목이다. 초음파식 FoD 모듈은 중국 오필름과 대만 GIS가 각각 담당한다. 

퀄컴의 '3D 소닉맥스' 초음파 칩. 종전 대비 칩 크기를 17배 늘렸는데도 손가락 2개 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채택됐다. /사진=퀄컴
퀄컴의 '3D 소닉맥스' 초음파 칩. 종전 대비 칩 크기를 17배 늘렸는데도 손가락 2개 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채택됐다. /사진=퀄컴

디스플레이 일체형 TSP 기술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 상용화 한 후 LG디스플레이⋅BOE가 뒤따른것처럼, FoD가 내재된 OLED도 후발 주자들이 연이어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다. FoD 모듈이 따로 필요 없고, 화면 전 영역에서 지문인식이 가능하다는 건 스마트폰 제조사에 주는 메리트가 크다. 앞으로 FoD 내재형 OLED와 일반 모델 간 부가가치 차이가 벌어진다면 LG디스플레이⋅BOE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중심으로 FoD 인식 영역 넓이를 2~3배 정도 늘리는 시도는 있었다”며 “FoD를 내재화해 화면 전체로 영역을 넓힌다면 다른 OLED 패널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