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V 50대 도입...공정 로봇도 39대
현재 자동화율 65%, 2025년 2단계 업그레이드

지난 6일 경남 창원 LG전자 스마트파크1(옛 1공장)에 들어서자 모노톤의 익숙한 클래식이 들려왔다. 슈베르트 ‘송어’다. 연주자는 물류창고용 팔레트 처럼 생긴 AGV(자율이송로봇). AGV는 협력사로부터 받은 37종의 부품을 조립라인 작업대 코앞까지 자동으로 옮긴다. 마침 AGV가 지나가는 동선을 기자가 막아섰더니 주의하라는 의미로 음악을 연주한 것이다. 한 발짝 옆으로 물러서자 AGV는 송어처럼 조립라인 깊숙히 헤엄쳐갔다.

LG전자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에 도입된 AGV. /사진=LG전자
LG전자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에 도입된 AGV. /사진=LG전자

스마트파크1에는 이 같은 AGV 50대가 부지런히 가동되고 있다. 원래는 사람이 일일이 분류한 부품을 상자에 실어 작업대까지 옮겨줬으나, 이제는 그 일을 AGV가 대신한다. AGV를 도입한 후 공장 내 물류에 할당된 공간은 2만2000㎡에서 1만5000㎡로 줄었다. 물류가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됐다는 뜻이다. 

이수형 LG전자 H&A사업부 DX/혁신운영팀 선임은 “디지털 트윈 솔루션으로 30초에 한 번씩 공장 내 작업 상황을 업데이트한다”며 “덕분에 10분 후 일어날 재고 부족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인 실제 공간을 컴퓨터 소프트웨어 내에 동일하게 구현한 쌍둥이 현실이다. 디지털 트윈으로 생산 흐름을 가상 시뮬레이션 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지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스마트파크1 1층 로비에는 각 제품의 생산과정이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당일 오후 4시까지 진공펌프에서 다섯 건의 작업 오류가 발생했다는 알람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파크 1층 로비에 마련된 디지털 트윈 솔루션으로 공정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스마트파크 1층 로비에 마련된 디지털 트윈 솔루션으로 공정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는 지난 3월 WEF(세계경제포럼)로부터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공장을 뜻한다. 국내서는 지난 2019년 포스코, 2021년 LS일렉트릭의 생산라인이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지난 1976년 완공된 LG전자 창원공장은 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가전회사 공장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2017년부터 스마트팩토리 전환 작업을 시작했고, 작년 9월 ▲‘LG시그니처’ 냉장고 ▲오브제컬렉션, 북미향 프렌치도어 냉장고 ▲정수기 등 3개라인이 우선 가동되기 시작했다.

자동화된 공정의 핵심은 문짝 조립과 용접이다. 20㎏에 달하는 육중한 냉장고 문짝 조립은 원래 숙련 직원의 몫이다. 냉장고 문짝 조립에 허용되는 공차는 0.25㎜. A4 용지 3장 두께에 불과할 만큼 미세한 작업이라 쉽사리 자동화되지 못했다. 

이제는 육중한 로봇 팔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냉장고 본체에 문짝을 이어 붙인다. 동작이 워낙 재빨라서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명석 키친어플라이언스생산선진화Task 리더는 “자동화 적용 전에는 문짝 조립 완료 속도가 직원 숙련도마다 다르고, 오전⋅오후 피로도에 따라 차이가 났다”며 “자동화 이후에는 작업 시간이 단축됨은 물론 택타임(Tact time)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냉장고 문짝을 붙이는 모습. /사진=LG전자
로봇이 냉장고 문짝을 붙이는 모습. /사진=LG전자

기피공정 중 하나였던 용접도 로봇으로 대체했다. 용접은 작업 과정에서 유해 가스가 발생하고 작업도 까다로워 갈수록 숙련 인력이 줄어드는 분야다. 현재 스마트파크1의 용접 공정은 100% 로봇이 대신한다. 양불(합격·불합격) 판정에 AOI(비전검사)를 도입,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용접 품질이 더욱 높아졌다는 게 LG전자측 설명이다. 

특히 스마트파크는 여러 모델을 한 개 라인에서 생산하는 ‘혼류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모델별로 작업 조건이 다른데, 사람과 달리 로봇은 미리 입력된 시나리오대로 착오 없이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현재 스마트파크1의 자동화율은 65% 정도다. 리드와이어(Lead Wire) 조립 등 일부 비정형 공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됐다. 39대 도입된 로봇은 곧 136대까지 늘어날 예정이라 자동화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자동화율이 높아지면 점점 사람이 설 자리를 잃지 않을까. 강 리더는 “스마트팩토리로 전환된 전후를 비교해봤을 때 직원수는 비슷하다”며 “제품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협력사 임직원 수는 오히려 15%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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