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유럽 내 수요 400GWh 예상
노스볼트조차 양산 수업료 치르는 중

미국과 함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던 유럽은 전기차 시대 들어 지각생으로 전락했다. 특히 전기차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이에 스웨덴 노스볼트를 필두로 대대적인 내재화 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최소 15개의 신규 제조사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KIPOST는 유럽 내 스타트업을 포함해 배터리 셀 제조를 추진하고 있는 회사들을 정리했다. 

유럽 배터리 제조사 현황. /자료=KIPOST
유럽 배터리 제조사 현황. /자료=KIPOST

 

유럽 제조사, 2025년 점유율 4% 불과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5년 연간 400GWh 규모의 배터리 수요가 유럽 지역에서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의 2025년 예상 시장점유율은 4%, 생산능력으로는 102GWh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부족한 300GWh 물량은 유럽 내 동아시아 제조사들 공장에 의존하거나 해외서 수입해야 한다. 노스볼트와 그 외 배터리 제조사에 거는 유럽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유럽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와 양산을 이어가는 주체는 3개 정도다. 스웨덴 노스볼트와 프랑스 ACC(스텔란티스+사프트 합작사), 그리고 자체적으로 쓸 배터리 투자를 추진하는 독일 폴크스바겐이다. 

국적별 배터리 시장점유율 전망. /자료=SNE리서치
국적별 배터리 시장점유율 전망. /자료=SNE리서치

노스볼트의 현재 양산 중인 생산능력은 20GWh로, 내년 연말쯤 60GWh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ACC는 2030년까지 120GWh,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40GWh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3사는 실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국내외 장비 제조사들과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기는 했으나, 아직 투자가 구체화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중 맏형에 속하는 노스볼트조차도 아직은 양산에 따른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완공된 스웨덴 셀레프테오 공장은 지난 5월 첫 인도가 이뤄진 이후 아직 낮은 수율 탓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레프테오 공장에 전극공정 장비를 공급한 업체 대표는 “노스볼트의 첫 양산라인은 가동을 멈췄다가 공정을 수정하고 다시 가동하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아직 가동률을 논할 단계도 못된다”고 말했다.

노스볼트의 초기 안정화 지연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2006년부터 배터리를 양산한 SK온조차도 올해 6000억~7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며, 내년에야 겨우 BEP(손익분기점) 돌파를 타진할 정도다. 노스볼트는 2015년 설립, 불과 7년만에 양산을 타진한 생산공장이 처음부터 원활하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노스볼트가 이 정도라면 ACC나 폴크스바겐, 그 외 중소 제조사들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스볼트 연구실 내부. /사진=노스볼트
노스볼트 연구실 내부. /사진=노스볼트

이 때문에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의 자급률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당초 업계는 2030년 유럽 제조사들이 10%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봤으나 현재로서는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되고 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최근 유럽 브랜드들의 생산실적이나 투자 추진 현황을 감안하면 2030년 10%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는 시각에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유럽 지역에 안정적인 기반을 잡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기회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70GWh)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배터리 생산라인이며, 헝가리의 삼성SDI(내년 하반기 60GWh)와 SK온(1~3공장 최대 92.6GWh)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유럽 후발 주자들은 기술 확보도 난제지만 한동안 적자구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 가야 한다는 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전망. /자료=SNE리서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전망. /자료=SNE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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