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LG전자와 LCD 라인 수출 프로젝트 무산
인기 없는 8.5세대 장비, 인도가 유력 구매처로 부각

인도 베단타그룹의 트윈스타디스플레이(이하 트윈스타)가 중고 LCD 장비 시장 큰 손으로 떠올랐지만, 국내 패널 업체들은 선뜻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과거 LG전자 PRI(소재생산기술연구원)가 턴키 방식의 LCD 라인 수출 계약을 따내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프로젝트가 좌절된 바 있어서다. 

베단타그룹은 최근 또 다시 수십조원 규모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파트너로는 대만 폭스콘이 선정됐다.

인도 베단타그룹은 트윈스타를 통해 디스플레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진=베단타그룹
인도 베단타그룹은 트윈스타를 통해 디스플레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진=베단타그룹

 

베단타그룹, LG전자와 구원(舊怨)

 

베단타그룹은 구리⋅알루미늄⋅아연 등을 생산하는 인도 최대 규모의 광물자원 개발 회사다. 여러 계열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으며, 그 중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과 인연이 깊은 곳이 트윈스타다. 

지난 2017년 트윈스타는 인도 중심부 나그푸르 지역에 100억달러(약 14조3000억원)를 투자해 8.5세대(2200㎜ X 2500㎜)급 LCD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트윈스타는 LCD 양산경험이 전무하므로 LG전자를 투자 파트너로 선정했다. LG전자가 8.5세대 LCD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턴키’ 공급하고, 일정 수율까지 보장해주기로 계약한 것이다.

2017년이면 국내 업체들은 이미 LCD 사업 철수 시점을 재던 시기다.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에서 생산 중단하는 라인을 통째로 이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LG그룹 전체로 보면 LG디스플레이는 높은 값에 중고 장비를 매각해서 좋고, LG전자는 폐기 라인 이설이라는 신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돼 일거양득이었다.

LG그룹 서울 여의도 사옥. /사진=LG
LG그룹 서울 여의도 사옥. /사진=LG

그러나 이듬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미 LG전자와 트윈스타 간에 계약이 확정됐음에도 인도 정부의 보조금 지급 결정이 미뤄지면서 프로젝트가 장기 표류한 것이다. 트윈스타는 투자금 가운데 25~40% 가량을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트윈스타는 정부 보조금 수령이 어렵게 되자 LG전자에 프로젝트 비용 인하를 요구하는 등 양측이 이견을 보이다가 2019년 관련 계약이 종료됐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트윈스타가 사전에 LG전자와 체결했던 계약을 무시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었다”고 말했다.

 

중고 LCD 장비 시장,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

 

이 때문에 최근 트윈스타가 다시 중고 LCD 장비 시장의 유력한 매입처로 부각되고 있지만 삼성⋅LG디스플레이의 매각 우선순위에서 비켜나있다. 

트윈스타 모회사 베단타그룹은 최근 195억달러(약 27조8000억원)를 들여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금액 중 약 16조원 정도가 디스플레이 라인 구축에 할당됐다. 

LCD 사업 경험이 없는 베단타는 사업 파트너로 폭스콘을 선정했으나, 향후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선은 8세대급 중고 장비를 적극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8세대급 LCD 투자는 지양하고 있고, 그나마도 8세대급에서는 8.5세대보다 8.6세대 규격을 더욱 선호한다. 중국으로의 판로가 사라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베단타의 LCD 산업에 대한 투자는 중고 장비 매각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캠퍼스 내 L8 내에 2개의 8.5세대 LCD 라인이 가동을 멈춘 채 중고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LCD 생산라인 대부분을 셧다운 할 계획이어서 매입처 확보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중고 LCD 장비를 매각하고 정해진 스케줄대로 잔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등의 사고가 많았기에 과거 레퍼런스가 좋지 않은 기업과는 거래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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