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본사 애플캠퍼스 입구.
▲애플 본사 애플캠퍼스 입구.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인 미국 애플도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구글과 메타, 테슬라,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이 긴축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꿈쩍 않던 애플이어서 이번 소식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에 일부 사업의 고용과 지출 부문에서 축소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향후 특정 업무에 공석이 생기더라도 이를 채우지 않고 일부 사업부는 신규 고용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통상 매년 5~10%가량 고용을 늘려 왔으나 내년에는 추가 충원을 하지 않고 일부 부문의 연구개발(R&D)·채용 예산도 감축하기로 했다. 애플은 그동안 R&D 지출을 삭감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지난 2012년 이후 10년간 꾸준히 고용 규모를 늘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가 15만 4000명에 달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도 늘 독보적인 실적을 내왔던 애플이었기에 이번 소식은 더욱 이례적이다. 애플 또한 그만큼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긴축 경영) 결정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 신중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것, 새로운 회사, 신제품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이처럼 긴축 경영 방침을 세운 것은 최근 투자 대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애플은 코로나19이후에도 공격적인 투자와 지출을 유지했는데, 지난해 설비투자 비용은 110억달러(약 14조5000억원)로 2020년보다 52% 늘어났다.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은 220억달러(약 30조원)로 전년 대비 17%, 영업비는 440억달러(약 58조원)로 전년 대비 13%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망 교란 문제와 생산 비용 증가 등으로 최근 실적에는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지난 4월 28일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80억달러(약 10조5000억원) 손실 발생을 예측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올초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플도 물류 비용이 폭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애플의 긴축 경영 조치는 일부 사업에만 적용하는 한편, 향후 구인난을 극복하고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보상 예산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최근 다수의 시간제 매장 직원과 기술지원 담당 직원들의 급여를 5∼15%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긴축 경영과 상관없이 신제품도 공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애플은 올해 말 4종의 아이폰 새 모델과 애플워치, 새로운 데스크톱과 랩톱, 성능이 향상된 애플TV 셋톱박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며, 내년에도 혼합현실(MR) 헤드셋 등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애플은 고용·지출 감속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S를 비롯해 구글과 메타, 테슬라, 넷플릭스 등 여타 빅테크 기업들도 경기침체 우려에 따라 인력 감축과 신규 채용 축소 방침을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올해 남은 기간 채용을 늦출 계획”이라고 했다. MS는 지난 6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일부 감원을 단행한 상태다. MS는 이번 정리해고가 전체 직원 18만 명 중 1% 미만에 영향을 미쳤고 컨설팅, 고객 및 파트너 솔루션 등 다양한 그룹 및 지역에서 감원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달 20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넷플릭스 역시 5월과 6월 45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올해 엔지니어 신규 채용을 당초 계획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국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연말 감원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속속 비상 경영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한편 이날(1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애플 주식은 2.06% 급락한 147.07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애플까지 긴축에 나섰다는 소식은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32.31포인트(0.84%) 떨어진 3,830.85에, 나스닥 지수는 92.37포인트(0.81%) 하락한 11,360.05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5.65포인트(0.69%) 내려간 31,072.6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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