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3차원(D) 안면인식 모듈의 핵심 부품인 ‘수직표면광방출레이저(빅셀, VCSEL)’를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G이노텍이 애플 ‘아이폰X’용으로 공급 중인 3D 안면인식 모듈은 빅셀에 광회절장치(DOE)를 접합해 조립하는데, 빅셀 등 핵심 부품은 모두 해외 업체가 공급한다. 


빅셀은 3D 안면인식 모듈은 물론,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에 라이다용 부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LG이노텍이 양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파주 LED 라인, 빅셀 라인으로 일부 전환 추진



▲녹색광을 방출하는 빅셀 칩. /독일 고체물리연구소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가 보유한 경기도 파주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라인을 빅셀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연구소 차원에서 빅셀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빅셀은 전력-광 변환 효율이 높고 발열량이 적어야 한다”며 “발열이 많으면 내부 부품에 영향을 줘 모듈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빅셀은 직진성 강한 레이저를 방출하는 발광소자다. 갈륨비소(GaAs) 웨이퍼 위에 GaAs 및 알루미늄갈륨비소(AlxGa(1-x)As)층을 성장시켜 생산한다. 사파이어 웨이퍼 상에 질화갈륨(GaN)을 성장시켜 생산하는 LED와 생산라인 공유가 가능하다. LG이노텍이 LED 생산을 위해 구축한 MOCVD에 약간의 개조 작업만 거치면 빅셀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


애플이 지난해 가을 출시한 아이폰X에는 3D 안면인식을 위한 도트 프로젝터에 빅셀이 들어간다. 도트 프로젝터는 빅셀과 DOE를 접합해 생산한다. 애플이 루멘텀에서 빅셀을, 헵타곤에서 DOE를 구매해 LG이노텍에 공급한다. LG이노텍은 이 둘을 조립해 애플에 납품하는 구조다.


LG이노텍이 빅셀 개발에 성공한다면 애플로서는 3D 안면인식 부품 수급에 한결 숨통이 트인다. 지난해 ‘아이폰8’⋅‘아이폰8 플러스’에 비해 아이폰X가 한달 이상 늦게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3D 안면인식 소재⋅부품 수급난 때문이다. 현재도 대부분의 부품은 공급이 원활화되었지만, 빅셀만큼은 공급량이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회절장치를 설명하는 모식도. /헵타곤 제공



특히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가을에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 3종 모두 3D 안면인식 모듈을 장착할 계획이라서 공급이 한층 달릴 전망이다.


LG이노텍으로서는 빅셀 상용화를 통해 8년 연속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LED 사업부의 실적 개선을 타진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광주광역시 공장 내에 있던 MOCVD 30여대를 중국에 매각하는 등 LED 사업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지만, 2016~2017년 2년간 LED 사업에서만 총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대만 LED 업체인 에피스타 역시 빅셀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에피스타는 현재 데이터센터 서버용으로 빅셀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매출이 회사 전체의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이 비중을 10%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빅셀 라인을 기존 4인치에서 6인치 공정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한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를 대상으로 빅셀 공급을 추진한다.  

   


▲3D 안면인식 모듈을 장착한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 /자료=트렌드포스




자율주행 자동차용 센서로도 활용



빅셀이 기존 LED 업체들이 신성장동력사업으로 부상한 건, 3D 안면인식 모듈 외에도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애플만 해도 3D 안면인식 모듈 외에 무선 이어폰 ‘에어팟’에 빅셀을 장착했다. 에어팟의 빅셀은 사용자가 이어폰을 착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된다.


향후 빅셀이 가장 폭 넓게 활용될 분야 중 하나는 자율주행 센서 시장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스스로 전방 공간을 지각하기 위해서는 ‘라이다(LiDAR)’를 장착해야 한다. 


기존 3D 레이더는 전방 사물의 속도⋅거리⋅높이를 측정하는데 4D 레이더는 깊이까지 측정한다. 라이다는 4D 레이더보다 정확성이 훨씬 높다. 이 라이다에 빅셀 모듈이 사용된다. 라이다는 빅셀에서 방출한 레이저가 사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공간을 지각하는 ‘ToF(Time of Flight)’ 모드다. 레이저가 더 빨리, 더 멀리 도달해야 한다. 1m 이내 공간에서 사용되는 3D 안면인식용 빅셀 대비 ToF용 빅셀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벨로다인이 생산한 라이다. /벨로다인 제공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향후 전장 사업에서의 가능성까지 고려해 빅셀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며 “창사 이래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LED 사업부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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