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스마트폰 업체가 플래그십 제품에 듀얼 카메라를 채택하고 있지만 유독 삼성전자만 싱글 카메라를 고수하고 있다. 듀얼 카메라는 애플이 '아이폰7 플러스'에 도입하면서 이른바 '대세' 기능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에따라 삼성전자가 듀얼 카메라를 채택하지 않는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에도 듀얼카메라를 장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듀얼카메라는 현재 몇몇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채택됐다. 애플이 아이폰7 플러스에 아이폰 라인업 중 최초로 듀얼카메라를 탑재했고, LG전자와 화웨이도 신작 스마트폰에 듀얼카메라를 장착하는 등 적용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포·비보를 비롯한 주요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도 듀얼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이런 듀얼 카메라 확산 트렌드를 거부하고 삼성이 갤럭시S8에 듀얼카메라를 장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으로 인해 삼성이 보수적인 설계와 제작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노트7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갤럭시S8은 안정성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있다”며 “삼성이 듀얼카메라를 언젠가는 적용할 수 있겠지만 검증된 기술이 아닌 신기술을 다음 제품에 채용하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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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S8 티저 이미지

 


듀얼카메라 못지않은 싱글카메라

또 다른 이유로는 듀얼카메라 못지 않은 싱글카메라의 성능 개선이 거론된다. 조리개 값의 성능 향상과 다양한 부가 기능으로 싱글카메라로도 듀얼카메라의 장점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갤럭시S7 시리즈의 싱글카메라는 조리개 값이 F1.7로 아이폰7 플러스의 광각렌즈(F1.8)와 망원렌즈(F2.8)를 포함한 듀얼렌즈 조합보다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 조리개값 수치가 낮을수록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고 왜곡도 적어, 보다 나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풍경사진 등을 찍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면 충분히 싱글카메라로도 수준급의 사진이 나온다는 의미다.

또 듀얼카메라가 싱글카메라보다 더 낫다고 알려진 오토포커스(AF)기능에서도 갤럭시S7의 경우 듀얼픽셀 기술로 AF 속도를 높였다. 또 인물은 선명하게 나오고 뒷배경은 흐릿하게 해 심도있는 사진을 가능케 하는 '보케 기능'도 싱글카메라에서 소프트웨어로 구현이 가능하다. 보케 기능은 아이폰7 플러스 듀얼카메라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케 기능을 포함한 뷰티 기능은 이미 갤럭시S6부터 소프트웨어적으로 적용이 가능했다”며 “뷰티 기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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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7 시리즈에 적용된 듀얼 픽셀 카메라 (사진=삼성전자)

 

 

한 카메라 모듈업계 관계자는 “OIS(손떨림보정)가 적용된 싱글카메라로도 얼마든지 높은 화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라며 “이런 이유에서 이번 갤럭시S8 시리즈에서 삼성은 기존 갤럭시노트7이나 갤럭시S7에 사용됐던 싱글 카메라 성능(스펙)은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에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도 “사실 듀얼카메라의 원조는 3D 촬영에서 쓰이던 것”이라며 “싱글카메라도 기술 자체가 많이 진화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화질 등이 보장된다면 삼성이 굳이 듀얼카메라를 적용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피사체의 초점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오토포커스(AF) 기능을 삼성이 싱글카메라에서도 듀얼카메라를 능가할 만큼 구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메라 모듈 단가도 삼성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듀얼카메라는 싱글카메라와 달리 여러 조합으로 모듈을 만들 수 있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 듀얼카메라 모듈의 가격은 싱글카메라 모듈에 비해 2~3배 정도 비싸고, OIS 기능을 적용하면 3~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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