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가공을 위해 구입한 컴퓨터정밀제어(CNC) 가공 장비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판매량이 부진해 당초 기대보다 메탈 케이스 수요가 올라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자해  CNC 장비를 구입한 만큼 감가상각을 위해서 적자를 내더라도 라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본 화낙으로부터 구입한  CNC 장비는 스마트폰보다 큰 기구를 가공하는데 적합하지 않아 스마트폰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메탈 케이스 자체 제작을 진두지휘한 김종호 글로벌기술센터(GTC) 사장의 입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일본 장비 업체 화낙으로부터 2만대 규모 CNC 장비를 구입했다. 

 

1만4000대 장비는 베트남 제2 공장에 구축했고, 4000대는 후이저우 공장에 깔았다. 나머지 2000대는 인탑스・모베이스 등 플라스틱 케이스 협력사에 임대해 위탁 생산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는 풀 CNC 가공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고온 압출로 뽑아낸 알루미늄 바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CNC 장비로 깎는다. 알루미늄을 용액 상태로 녹인 후 틀에 부어 만드는 다이캐스팅 공법보다 강도가 좋고, 외관 질감이 좋다. 원가가 높고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단점이다. 

 

애플에 이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풀 CNC 방식으로 만든 메탈 케이스를 채택하면서 삼성전자도 자체 생산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애플에 밀려 삼성전자 프리미엄 판매량이 계속 부진하다는 데 있다. 풀 CNC 방식으로 자체 제작한 메탈 케이스 납품가격은 18~20달러 수준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중저가 스마트폰에 풀 CNC 메탈 케이스를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 설비투자 부담 탓이다. 2만대 CNC 장비를 구입하고,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2조원 가량의 금액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로서는 메탈 케이스 라인을 중단하는 것보다 적자를 내더라도 생산하는 게 손실 비용이 적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메탈 프레임 / 삼성전자 홈페이지 

 

 

CNC 장비를 가전 등 다른 제품용 메탈 부품 생산용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구입한 화낙 장비는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등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데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풀 CNC 메탈 케이스 생산라인 수율을 끌어올려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내 메탈 케이스 자작 라인에 외관 검사를 위한 3D 장비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검사 공정이 추가되면 생산 수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검사장비는 전량 고영테크놀러지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3D 검사장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다. 이미 기존 3D 부품실장검사기(AOI)를 일부 개조해 메탈 케이스 외관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자작 라인 투자 실패는 내부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투자를 주도한 김종호 사장이 최근 문책성 인사를 당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 연말 인사로 김종호 사장은 상당 부분의 실권을 잃었다. 장시호 부사장이 생활가전 제조센터장에서 무선사업부 제조 센터장으로 옮기면서 김 사장은 명예직만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호 사장은 지난 2012년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소재·부품을 직접 생산하면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됐다. 김 사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구매 담당 김재권 사장이 지난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더욱 강력한 힘을 과시했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베트남 공장 내 소재·부품 자작 덕분이었다. 

 

그러나 메탈 케이스용 CNC 투자는 결국 자충수가 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재·부품 자작 행보에 제동이 걸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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