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로 국내 설비 투자 씨가 마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천문학적인 규모로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장비 업체들은 뒤늦게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에 대규모 설비를 납품하는 등 잭팟을 터트린 국내 장비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장비 업체들은 중국 기업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눈물을 머금고 철수하기 일쑤다. 

 

우리 장비 업체들이 중국 기업에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장비 납품은 다 됐는데, 결제는 모르쇠...중국 기업, 결제 잘 안 돼 

 

우리 장비 업체들이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데 주요 골칫거리 중 하나가 바로 결제다. 웬만한 자금력을 갖춘 장비 업체도 중국 업체와 몇 번 거래하고 나면 나가 떨어지고 만다. 국내 장비 업체와 수요 기업간 거래는 통상 선수금, 중도금, 잔금 순으로 지급된다. 장비에 따라 다르지만 30%, 40%, 30% 수준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기업들은 잔금을 잘 지급하지 않아 국내 장비 업체들을 애태운다. 

 

하지만 중국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현지 업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크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보증보험 등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제도 시스템이 잘 돼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런 인프라가 거의 없다. 장비만 팔고, AS는 나 몰라라 하는 기업도 많다. 아예 회사를 정리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잔금을 최대한 늦게 주는 일이 잦다. 

 

국내 업체로서는 신뢰를 쌓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던지, 중간에 에이전트를 끼워 보완할 수도 있다. 에이전트가 국내 장비 업체에 미리 잔금을 지급하는 잔금의 일부를 취하는 모델이다. 

 

▲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일본 업체는 어떻게 중국 기업을 상대하나?

 

일본 장비 업체들의 중국 기업 대응 방식은 우리 장비 업체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부분이다. 일본 장비 업체들은 새로운 장비를 꾸준히 출시해 중국 기업들이 비싸도 살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신규 장비는 구형 장비와 비교해 확연한 성능 차이를 보여야 한다. 국내 장비 업체들은 이런 판매 전략에 굉장히 취약하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부터 회사 역량을 총동원해 최고 성능의 장비를 중국 기업에 제안하다 보니 새로운 장비가 구형 장비와 차별화되지 않는다.  

 

일본 업체들은 저가 낙찰은 철저히 회피한다. 불가피하게 낮은 가격에 수주하더라도 반드시 수익을 낸다. 케미컬, 소모품 등을 판매해 부가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일본 장비 업체들은 보통 자사 장비에 최적화된 소재를 직접 개발한다. 국내 장비 업체들은 이런 부분에 취약하다.  

 

중국 엔지니어들을 수시로 교육시켜 일본산 장비를 선호하는 마니아를 키워내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교육을 싫어하지만, 일본 장비 관련 교육은 예외다. 

 

현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일본 장비를 잘 다루면 숙련공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저변을 키워온 일본 장비 업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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