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kipost.net)] 부품업계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TV에 이어 스마트폰 산업까지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이종(異種)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IT와 비교하면 고객 및 산업 연결고리가 판이하지만, 기존 부품 기술력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부품업계가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Pixabay


시너지 효과 노리는 부품사들



파트론(대표 김종구·김종태)은 말레이시아 정부와 혈압⋅혈당⋅체지방⋅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헬스케어 기기 ‘메디컬센터’ 공급을 논의 중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병원⋅보건소 등이 구비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간단히 측정하는 용도다.


▲파트론의 ‘메디컬센터’(사진)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 피트니스·테크놀러지 부문 혁신상을 받은 제품이다./파트론


모바일용 안테나⋅카메라모듈 등이 주력인 파트론은 지난 2014년 블루투스 헤드셋과 스마트 밴드 등 완성품 사업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고, 단가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초기 기업대 소비자간(B2C) 시장만 겨냥하다 이후 기업간(B2B)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완성품 사업 매출은 아직 20억원대로 적지만, 말레이시아 정부와 메디컬센터 공식 공급계약을 체결하면 600억원 규모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트론은 관절경용 카메라 등 바이오 기기용 부품도 신규 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다. 관절경은 일종의 내시경으로, 현재는 대부분 기기를 재사용하고 있어 위생상 좋지 않고 안전성도 떨어진다. 모바일용 저해상도 카메라 모듈로 일회용 관절경을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기기 제조를 파트론이 맡는 조건으로 투자할 만한 미국 바이오 기기 스타트업도 물색 중이다.


안테나 전문 업체 EMW(대표 유병훈)도 바이오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광 의료기기 업체 ‘메드믹스’를 인수했다. 메드믹스는 빛을 쪼여 피부를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업체로, 빛도 주파수의 일종인 만큼 자사 안테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병훈 EMW 대표는 “특정 주파수에서 소재의 흡수율이 극대화되는 기술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며 “의료용은 물론 피부미용 쪽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 시장까지 진출한다



이종(異種) 산업인 제약 시장에 나서는 부품사들도 있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업체 알파홀딩스(대표 김동기, 구희도)는 지난 2016년 미국 제약 업체 바이럴진(Viral gene)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알파홀딩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공식 파트너사로,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의 제품을 생산하기 전 마스크 제작 등 백엔드(back-end) 작업을 맡았다. 국내 팹리스 시장이 악화되면서 방열 소재에 이어 제약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바이럴진은 대장암 백신과 신부전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로, 토머슨제퍼슨 대학의 임상양리학 학과장인 스캇 월드만 박사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 백신 ‘GCC 백신’은 대장암 전이를 예방하는 역할로, 현재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알파홀딩스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지정 승인을 요청, 2상을 마치고 승인을 받으면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제약은 한 번 개발하고 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TV용 전원공급장치(PSU) 및 발광다이오드(LED) 전문 업체 유양디앤유(대표 김상옥⋅박일)도 2016년 제약업체 지트리비앤티에 투자,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유양디앤유의 자회사 지트리비앤티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지트리비엔티


지트리비앤티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로, 안구건조증 치료제 ‘RGN-259’의 2차 임상 3상(ARISE II)을 마무리했다. 미 FDA에 허가를 받은 엘러간의 ‘레스티시스’보다 투약 기간이 짧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양디앤유는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최근 미국 네바다주립대학교와 제2형 당뇨병 치료 및 비만치료 신약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교환했다. 신약 개발 및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시장 얼마나 커지나



IT 산업과 달리 바이오 산업은 전방 시장에 받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관련 스타트업이 많아 인수합병(M&A)으로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부품 업계가 바이오를 차세대 시장으로 보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5000억 달러(약 1621조2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4조3000억 달러(약 4647조4400억원) 규모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전방 시장이 악화되면서 부품 업체 상당수가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특히 바이오는 단가 인하 압력이 적고 부가가치가 높아 많은 업체들이 눈독들이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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