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 가을 출시하는 차기 LCD 아이폰에 과거에 사용했던 ‘GF2’ 방식의 터치스크린 기술로 복귀한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폰5 출시 이후 LCD 디스플레이에는 모두 인셀(in-cell) 방식의 터치스크린을 적용해왔다. 인셀 기술이 생산 원가와 두께⋅시인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애플이 6년 만에 LCD에 GF2 방식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LCD 아이폰에 마지막으로 GF2 기술이 사용된 아이폰4S. /애플 제공 



애플은 왜 옛날 터치스크린 기술을 다시 꺼낼까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 가을 출시할 LCD 아이폰에 GF2 방식의 터치스크린 기술을 적용한다. GF2는 필름 한 장에 터치를 인식하는 센서 X⋅Y축을 양면으로 새긴 후 디스플레이 외부에 별도 부착하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위에 따로 붙인다는 점에서 ‘애드 온(Add-on)’ 타입 기술로 분류된다. 원판 필름이 되는 폴리에틸렌(PET)은 일본 닛토덴코가 공급하며, 여기에 인듐주석산화물(ITO)을 패터닝하는 작업은 일본 닛샤프린팅이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GF2는 그동안 애플이 LCD 아이폰에 사용했던 인셀 터치와 비교하면 한 단계 낮은 기술이다. 외부에 필름 한 장을 더하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두께도 80마이크로미터(μm) 정도 두꺼워진다. 육안으로 보는 광투과율에서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애플이 지난 2012년 이후 LCD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GF2 기술을 다시 꺼내든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LCD에서 상하 ‘제로 베젤(Zero Bezel)’ 수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셀로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셀은 LCD에서 드라이버IC까지 연결하는 배선과 터치스크린에서 드라이버IC까지 연결하는 배선이 같은 레이어(층)에 위치하기 때문에 각 배선이 놓일 만 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동안에는 넉넉한 아래쪽 베젤 공간으로 배선이 지나갔지만, ‘내로우 베젤(Narrow Bezel)’이나 제로 베젤 하에서는 두 종류 배선 공간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셀 터치스크린 단면도 예시. /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 



만약 터치스크린과 LCD가 다른 레이어에 놓인다면 이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각각 다른 층에서 충분한 배선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서는 이 같은 이유에서 애플이 GF2 터치스크린 기술을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외부에 별도의 물리 버튼을 부착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셀 터치는 터치 전극이 LCD 상하판 유리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터치스크린이 디스플레이 외부까지 나아갈 수는 없다. GF2는 별도의 필름을 통해 터치스크린을 구현하는 만큼, 필요에 따라서는 디스플레이 바깥까지 터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애플은 올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폰 2종에 LCD 아이폰 1종, 내년에는 OLED 아이폰 2종만을 내놓을 전망이다. LCD 아이폰은 올해를 끝으로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올해만 한시적으로 생산되는 LCD 아이폰을 위해 외부에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물리 버튼을 구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올 가을 출시될 LCD 아이폰에 GF2를 적용하지만, 이는 올해가 6년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다”며 “올해로 LCD 아이폰은 단종되는 수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D 센싱 업계에 ‘굿 뉴스’, 디스플레이 업계 ‘배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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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 상단부. 가장 오른쪽 연두색 원 내부는 LG이노텍이 생산하는 도트 프로젝터다. /애플 제공



애플이 LCD 아이폰에서 GF2 터치스크린 기술로 복귀한다는 것은 몇가지 사실을 더 내포한다. 만약 제로 베젤 구현을 위해 GF2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게 맞다면, 올해 나오는 LCD 아이폰에서 홈버튼이 사라질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생체인식은 기존 지문인식에서 스마트폰 상단의 3D 센서(안면인식)로 대체된다. 지난해 아이폰X(텐) 1개 모델에 탑재됐던 3D 센서는 올해 3개 모델 전체에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8일 LG이노텍은 3D 센서 모듈 생산시설 투자를 위해 8737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생체인식 외에 홈버튼의 되돌아가기 기능은 현재 아이폰X(텐)과 마찬가지로 화면을 위로 쓸어 올리는 것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반면, 디스플레이 업계에 애플의 GF2 터치스크린 도입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인셀 터치 기능이 배제된 LCD 패널 단가가 인셀 터치 LCD 대비 10~2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을 터치 기능 통합 등으로 상쇄해 온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필름형 터치스크린 전후공정 업계에 생산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 같은 기조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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