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 640억원 증자
ST마이크로 등 글로벌 수준과는 큰 격차

SK가 SiC(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업체 예스파워테크닉스를 인수했다.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 대비 고전압에서 동작 가능하며, 내열 온도도 높다. 덕분에 자동차 등 가혹한 환경에 사용되는 전력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는 해외와 비교해 기술 수준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스파워테크닉스 내부 공정/사진=예스파워테크닉스
예스파워테크닉스 내부 공정/사진=예스파워테크닉스

SK, SiC 웨이퍼 이어 소자 기술력 확보

 

예스티는 27일 공시를 통해 예스파워테크닉스 주식 16만6666주를 (주)SK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원래 예스티와 창업자 장동복 대표가 60% 이상의 절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주)SK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4.61% 지분을 1차 확보했다. 

이번에 예스티(24.24%)와 장 대표(22.5%)를 포함한 관계인 지분 대부분을 (주)SK가 사들임으로써 지배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주)SK는 지분인수 이후 640억원을 들여 예스파워테크닉스 추가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금액은 회사의 SiC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재원으로 활용된다. 

예스티 관계자는 “예스파워테크닉스를 통해 SiC 반도체 사업을 6년 동안 진행해왔지만, 최근 부산광역시로의 공장이전과 6인치 웨이퍼 램프업을 위한 투자 등 자금 투자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향후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자가팹 신축 등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지난해 매출이 15억원에 불과한 반면, 영업손실은 83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재원조달 없이는 투자는 물론 자생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주)SK가 증자에 나섬으로써 SiC 사업의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됐다.

 

아직 기술력은 걸음마 단계…장기 프로젝트 될 듯

 

SK는 지난 2019년 SK실트론을 통해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3년만에 다시 SiC 분야에서 M&A(인수합병)를 단행했다. 웨이퍼(SK실트론)에서 소자(예스파워테크닉스)로 이어지는 서플라이체인의 다음 단계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iC는 GaN(질화갈륨)과 함께 대표적인 WBG(와이드밴드갭) 소재로 꼽힌다. 

밴드갭의 사전적 정의는 고체에서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최상위 에너지 준위인 가전자대(Valence Band)와 전자가 비어 있는 준위인 전도대(Conduction Band) 사이의 크기를 뜻한다. WBG은 가전자대와 전도대 사이의 거리가 길다는 뜻이며, 밴드갭이 클수록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 특성을 가진다. 

웨이퍼 소재별 반도체 특성. /자료=LG경제연구원
웨이퍼 소재별 반도체 특성. /자료=LG경제연구원

이를 반도체로 적용하면 밴드갭이 크면, 더 높은 주파수⋅전압⋅온도에서 더 낮은 전력 손실로 작동 가능하다. 메모리반도체용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실리콘은 밴드갭이  1.1eV, SiC는 3.3eV로 3배 수준이다. 실리콘의 최고 내열 온도가 175℃에 그치는 반면, SiC는 600℃까지 버틸 수 있다. 최대 전압도 실리콘이 1700V, SiC가 3000V 수준이다. 

이 같은 특성 덕분에 WBG 소재를 이용한 반도체는 주로 자동차나 히터처럼 가혹한 동작조건이 필요한 제품에 주로 사용돼 왔다. 특히 전력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의 경우, 현재 시장에 출시된 모델 중 40% 이상이 SiC 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ST마이크로 추정).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커지는 만큼 SiC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실리콘 기반의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로 경도되면서 SiC⋅GaN 등 WBG 생태계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SiC 웨이퍼 시장은 미국 크리의 자회사인 울프스피드가 6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반도체로 생산하는 것은 ST마이크로와 인피니언 등 기존 전력반도체 업체들이 주름잡고 있다. 

SiC 반도체 시장 전망. /자료=ST마이크로
SiC 반도체 시장 전망. /자료=ST마이크로

이번에 (주)SK가 인수한 예스파워테크닉스가 국내서 유일하게 SiC 반도체 생산라인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ST마이크로⋅인피니언과 비교하면 시장점유율이 무의미할 정도다. 예스파워테크닉스의 SiC 반도체 생산능력은 4인치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500장 정도다. 글로벌 업체들이 6인치 및 8인치로 이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생산능력과 기술 면에서 아직 열세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WBG 반도체가 겨냥하는 시장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보니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를 대규모로 찍어내던 국내 회사들이 소홀히한 측면이 있다”며 “SK가 공격적으로 투자 하더하도 세계 수준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