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NFT 토픽 신설
웹3 전이 움직임에 맞물려 주목

북미소비자가전박람회(CES)가 세계 최대 IT 전시회로 거급난 건 매해 새로운 업계 화두를 던져준 덕분이다. 때로는 ‘소비자가전’이라는 정체성과 다소 거리가 먼 주제도 과감하게 끌어 안으며 매년 1월 세계인의 눈을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로 집중시켰다. 

2012년 독일 상용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상 처음 CES에 첫 전시와 함께 기조연설에 참여했고, 2014년 자동차 전용 전시관을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그리고 올해 CES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CES 키워드 정리. /자료=정구민 국민대 교수
지난 10년간 CES 키워드 정리. /자료=정구민 국민대 교수

NFT, 웹3으로 가는 관문

 

NFT가 단순히 디지털저작권을 인증하는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미래 인터넷 산업을 좌우할 것으로 보는 건 최근의 웹3(Web3)으로의 전이에 중심 요소로 작동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웹3은 2007년 전후 나온 웹2.0의 다음 버전쯤으로 이해하면 쉽다. 앞선 웹1.0이 단순히 정보를 탐색하고, 읽어오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웹2.0은 사용자 참여가 핵심이다. 웹2.0을 가장 잘 구현한 서비스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나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메신저가 되는 셈이다. 

웹3은 웹2.0의 지나치게 집중화된 구조를 탈피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앙집중화된 웹2.0이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비대해진 플랫폼 기업들에 의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반성이 담겼다. 

웹2.0에서의 서비스 운용은 개별 플랫폼 회사였지만, 웹3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자율적 단체다. 이른바 탈중앙화조직(DAO)이라고 불리는 단체가 오픈소스를 이용해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용한다. 

따라서 웹3에서의 자산거래를 위해서는 기존의 화폐가 아닌 탈중앙화된 거래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 주축이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며, 각 저작권은 NFT 형태로 거래된다. 모두 블록체인이라는 변조⋅복제 불가능한 기술을 통해 상호간의 신뢰를 보증할 수 있다. 여기서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금융 시스템을 뜻하는 디파이(DeFi)의 개념도 잉태된다. 

NFT가 처음으로 CES 토픽으로 마련됐다. /자료=CTA
NFT가 처음으로 CES 토픽으로 마련됐다. /자료=CTA

웹 1.0과 2.0, 3의 차이를 'Read-Only'(웹1.0) 'Read-Write'(웹2.0) ‘Read-Write-Own’(웹 3)로 표현하는 건, 웹 소유자가 거대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 자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그동안 일부 얼리어답터의 담론이던 웹3은 연초 미국 인터넷 업계 거물인 마크 안드레센과 잭 도시간의 설전 덕분에 일반 사용자층으로 확장되고 있다. 마크 안드레센은 1세대 인터넷 브라우저 업체인 넷스케이프를 창업했던 인물이고, 잭 도시는 트위터 창업자다. 

도시는 최근의 웹3 담론을 안드레센이 창업한 벤처캐피탈(안드레센 호로위츠)이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탈중앙화 정신을 구현해야 할 웹3의 비전이 일부 벤처캐피탈의 자본 이득을 위한 마케팅용어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지적에 안드레센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업계 인플루언서라고 할 만한 두 사람의 온라인 설전은 웹3를 전문가 화두에서 일반 화두로 끌어 내렸다. 

그리고 CES가 사상 처음 NFT를 주요 카테고리에 등록하면서 NF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터넷을 비롯한 IT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FTX⋅미디어⋅블록파티 등 전시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CES 전시 규모가 4분의 1로 줄고, NFT 주제가 처음 생긴 만큼 전시업체 자체가 많지는 않다. 올해 CES에 NFT 관련 전시업체로 참여한 곳으로는 FTX⋅미디어⋅블록파티 등이 있다. 

FTX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를 운영한다. FTX는 지난해 10월부터 거래소 내에서 NFT를 거래할 수 사고팔 수 있게 했다. 대표적인 NFT 거래 공간인 오픈씨(Opensea)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거래하는 반면, FTX는 솔라나 코인을 이용해 거래하는 게 특징이다. 

마크 안드레센 넷스케이프 창업자(사진 왼쪽)와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마크 안드레센 넷스케이프 창업자(사진 왼쪽)와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대만 스타트업인 미디어는 NFT 거래를 위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크리에이터들에게 공정한 NFT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한다. 

블록파티는 NFT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와 크리에이터가 NFT를 발행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회사다. 스위스 업체인 픽스체인지는 가상자산을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메신저, 게임플랫폼에도 판매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브라이언 코미스키 CTA 산업 인텔리전스 담당자는 “NFT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NFT는 가상자산을 넘어 금융 거래 자체를 증가시킬 것이고, 나아가 기업들이 클라우드 스토리지 같은 분야에 더 많은 인력을 배치하게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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