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중국 등지서도 조사 진행되면서 곳곳서 암초 만나

▲사진=엔비디아 트위터
▲사진=엔비디아 트위터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국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를 막아서고 나섰다. 앞서 지난 10월부터 유럽연합(EU)‧영국‧중국 등 각국 정부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건을 놓고 잇따라 조사에 착수하면서 세기의 ‘반도체 빅딜’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당초 2022년 3월까지 Arm의 인수를 마무리하려던 엔비디아의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FTC는 이날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달러(47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계약을 두고 “이 계약은 반도체 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또 FTC는 “자체 칩을 개발해야 하는 경쟁사들의 기술과 디자인을 두고 엔비디아가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번 거래가 허용되면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 발달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C가 언급한 경쟁사에는 Arm의 주 고객인 애플·퀄컴·삼성전자·AMD 등이 해당된다.

FTC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독점 규제기관으로 빅테크의 인수합병(M&A)이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해친다고 판단할 경우 연방거래위원회법에 근거해 행정명령을 내린다. 이번 FTC의 요청에 따라 내년 8월 9일부터 위원회 행정법판사(ALJ)가 재판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FTC의 결정은 리나 칸 위원장의 주재 하에 만장일치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의 민주당 성향 위원과 2명의 공화당 성향 위원 등 4명이 참여했는데 FTC 제소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이 이렇게 압도적인 찬성표를 보낸 데에는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서 Arm이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Arm은 전 세계 출하되는 스마트폰의 90%에 해당하는 반도체의 설계와 라이센싱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퀄컴, 아마존 등이 이번 인수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이유다. 엔비디아는 이번 FTC 제소에 대해 “Arm 인수가 반도체 산업에 혜택을 주고 경쟁도 촉진한다는 점을 계속 인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FTC의 제소 결정은 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산업 전체뿐 아니라 사실상 국가안보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확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 정부 역시 이같은 반도체 공룡의 탄생을 심각하게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미 EU 집행위원회도 지난 10월부터 합병 건에 대한 심층 조사에 들어갔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 하반기까지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부터 영국과 중국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영국 정부는 자국 최대 기술 기업인 Arm의 미국 매각과 관련해 시장 반경쟁 측면뿐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조사를 진행하기로 해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심상찮다. 네이딘 도리스 영국 디지털·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2단계 심층 조사를 지시하면서 자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세계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결국 Arm 인수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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