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디바이스, 반도체 메모리 등 3개 분야로 분할후 상장한다는 경영 계획 발표

▲도시바 본사 전경
▲도시바 본사 전경

 

발전설비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사업을 영위해 온 146년 역사의 일본 대표기업 도시바가 결국 회사를 3개 법인으로 쪼개기로 했다. 일본 대기업 가운데 기업 분할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도시바는 약 300개의 자회사를 거느릴 만큼 문어발식 복합 경영으로 인해 우량 계열사의 수익이 부실 계열사의 지원에 들어가는 등 그동안 그룹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야기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도시바라는 전체 기업가치가 각각의 사업가치의 총합보다 낮은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현상을 발생시켜 이같은 고육지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도시바는 지난 12일 4~9월(반기) 실적 발표회에서 회사를 인프라, 디바이스, 반도체 메모리 등 3개 분야로 분할한 뒤 상장한다는 중기 경영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도시바 본사는 반도체 대기업인 키오시아 홀딩스 등의 주식을 보유한 회사로 존속하되, 나머지 발전 등 인프라 서비스 사업과 하드 디스크 등의 디바이스 사업은 독립시켜, 2023년 하반기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시바는 기존 주주들에게 새롭게 출범하는 2개 분할회사의 주식을 배정할 방침이다.

마이니치신문은 “3분할 계획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1875년 창업의 명문 기업은 해체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고 전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미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셈이다.

앞서 오랜 기간 누적된 부실 경영 관행은 지난 2015년 발생한 회계부정 사건이 도시바에게 치명타가 됐다. 그 이후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2016년에는 생활가전 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했고, 2017년에는 해외 원전 건설사업에서도 철수했다. 그룹 전체 연결 매출액도 3조엔 수준으로 하락했다.

현재 도시바의 전체 직원은 11만 7300여명이다. 2020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3조543억엔(약 32조원)으로, 6개 사업 부문별로 각각 2천억~8천억엔을 기록했다. 이번 분할 대상 가운데인프라서비스 부문 매출은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2조2천300억엔(약 23조원), 디바이스 부문 매출은 8천800억엔(약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쓰나가와 사토시 CEO
▲쓰나가와 사토시 CEO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CEO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회사 분할은 엄청난 변화이지만 서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도시바의 경영 이념을 이어나간다면 각 사업을 성장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분할은 해체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진화”라고 강조하며, “지난 5개월간 모든 옵션에 대해 논의를 거듭한 결과, 전략적 재편이 최선이라고 결론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주주를 위해서도 최선의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회계부정 사태이후 대거 증가한 행동주의 펀드 계열 주주들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도시바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과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시장에서는 분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경우, 도시바의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도 자연히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계산도 내놓고 있다.

이번 기업 분할 결정은 도시바에게 말 그대로 146년 영욕의 세월을 돌아보게 한다. 메이지 시대 초기 일본 최초의 전신 설비 업체로 출발한 도시바는 합병을 통한 사업확장을 거듭하면서 한때 원전, 철도, 반도체,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 히타치제작소 등과 함께 세계를 주름잡는 일본의 종합 전기메이커로 자리매김해 왔다.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전후 일본 산업계를 주도한 ‘재계의 삼두마차’로 통한 적도 있었다.

한편 최근 해외에서는 사업 다각화에 나섰던 주요 대기업들의 기업 분할이 새로운 경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IT 대기업 휴렛 팩커드(HP, 2015년)와 화학 대기업인 다우 듀폰(2019년)에 이어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도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분으로 기업 분할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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