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데이터센터로" 외쳤던 인텔, 2막 올랐다
"PC에서 데이터센터로" 외쳤던 인텔, 2막 올랐다
  • 김주연 기자
  • 승인 2019.02.08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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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자니크 산하 도전의 시기 1막 거쳐 로버트 스완의 선택과 집중으로

인텔의 ‘데이터센터 시대’ 제2막이 올랐다.

‘클라우드’로의 체질 변화를 요구했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전 최고경영자(CEO)가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난 지 7개월이 지난 지난달 말, 인텔 이사회는 로버트 스완(Robert Swan) 최고재무책임자(CFO)를 CEO로 공식 선임했다.

데이터센터 시대, 인텔의 1막 성적은 어떨까. 또 2막은 어떻게 전개될까.

 

제1막, 체질 개선은 아직… 여전히 중심은 PC

“PC 제품군이 포함된 클라이언트 사업부 중심의 회사에서 데이터센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클라우드에 가장 큰 초점을 두는 회사로 변해야한다. 이미 매출의 40%와 이익의 60%가 PC 외 다른 사업부에서 나온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인텔 CEO, 2016년 컨퍼런스콜에서-

3년 전, PC 시대의 총아 인텔(Intel)은 사업의 중심 축을 데이터 센터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CEO가 직접 사업의 중심 축을 바꾸겠다고 힘을 실어준 건 처음이었다.

 

▲인텔의 연도별 사업부 매출 비중.(단위: 백만달러)/인텔, KIPOST 재구성
▲인텔의 연도별 사업부 매출 비중.(단위: 백만달러)/인텔, KIPOST 재구성

이같은 선언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인텔 매출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건 PC용 프로세서 제품군이 포함된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이다.

영업 이익에서 데이터센터그룹(DCG)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6%에서 지난해 49.2%로 외려 줄었다.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그룹의 매출이 159억8100만달러(약 17조9467억원)에서 229억9100만달러(25조8189억원)로 43.9%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특히 10나노 공정 양산에 애를 먹으면서 ‘틱톡(Tiktok) 전략’을 바꾼 게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인텔이 지난 2017년 내놓은 신규 서버용 CPU ‘펄리 플랫폼’은 이전 제품과 같은 14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졌다. 공정 발전으로 인한 성능 향상의 효과를 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는 제1막 시기가 인텔에게 데이터센터 사업으로의 완전한 전향보다 데이터센터 사업에서의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는 때였다고 평가한다.

D램보다는 느리지만 낸드처럼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 기반 옵테인(Optane) 메모리와 서버용 프로세서를 묶어 팔면서 캐시 메모리로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인공지능(AI) 수요를 노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제품군도 늘렸다.

공정 발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경쟁사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점, 데이터센터 매출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용 프로세서는 시장 장벽이 높아 전방 시장 자체가 커지지 않고선 매출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며 “인텔도 이 점을 감안, 여러 시도를 해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막, PC에서 데이터로… 선택과 집중

제1막이 여러 시도를 해본 시기였다면, 제2막은 여러 시도 중 회사에 큰 도움이 되던 방안을 선택, 집중할 때다.

로버트 스완 CEO는 임시 CEO를 맡은 지난 7개월 간 이미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혼란에 빠진 인텔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논의만 무성했던 마이크론과의 3D Xpoint 메모리 협력 중단도 그의 지휘 아래 최종 결정됐고, 합작 생산 업체 IM플래시의 지분도 마이크론에 넘겼다.

CPU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한 지 한달 여 후 협력사들에게 오레곤, 아리조나, 아일랜드, 이스라엘의 14나노 생산 시설에 10억달러(1조1236억원)의 추가 투자를 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 등 차세대 신기술 중 무엇 하나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보이지 않는다.

AI는 엔비디아가, 5G는 퀄컴이 승기를 잡았고 그나마 자회사 모빌아이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장에는 발을 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모빌아이도 자체 시스템온칩(SoC)을 가지고 있어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CPU 공급 부족 사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동시에 10나노 공정 양산 체제로 빠르게 전환, 최신 공정을 무기 삼아 발빠르게 쫓아오는 AMD를 따돌려야 한다.

 

▲로버트 스완 인텔 CEO./인텔
▲로버트 스완 인텔 CEO./인텔

업계는 그가 투자 및 재무 전문가라는 점이 인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본다. 어떤 기술이 언제 상용화, 보급화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기술의 발전보다 시장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스완 CEO는 역대 인텔 CEO와 달리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최고운영책임자(COO)나 사장 등 인텔의 CEO 후계자들이 거쳤던 보직에도 머물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6년 인텔에 CFO로 합류하기 전 투자사 제너럴 아틀란틱(General Atlantic LLC)의 운영 파트너이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이사회 멤버였다. 이베이에서는 9년간 CFO로 근무하기도 했다.

로버트 스완 CEO의 공식 취임 후 인텔은 스타트업 3곳에 3000만달러(337억원)를 투자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지능형 자동화 플랫폼 개발 업체 카탈리틱(Catalytic)과 런타임 암호화 보안 업체 포타닉스(Fortanix), 클라우드 스토리지 개발 업체 플라이옵스(Pliops)다.

이 업체들은 클라우드의 한계인 보안 위험, 컴퓨팅 복잡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 각각 데이터를 처리하고, 보호하고, 저장하는 작업을 이전보다 한층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인텔이 앞으로의 역량을 어떤 곳에 집중할 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CEO로 취임한 직후 임직원과 고객사, 협력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PC에서 데이터’로 진화하기 위해 4가지 과제에 중점을 둘 것이라 설명했다.

△점점 더 데이터 중심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공격과 혁신에 집중하고 △고객에게 봉사하는 방식과 최고의 기술을 함께 협력, 구축하는 방법을 바꾸고 △실행력을 개선하며 △기업 문화를 과감하고 두려움 없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기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변화라고 믿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회사를 PC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의 회사로 진화시켜 세계의 혁신을 지원하는 기술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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