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반도체 장비재료 전시회 ‘세미콘차이나(SEMICON China)에 매년 참가해 온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 A사는 때를 맞춰 전시장에 도착해야 할 장비와 부품을 전시회 개막일까지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 전시회 스폰서 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는 중국에서 특사 대접을 받았지만 올해는 통관 과정에서 발이 묶였다. 한국 세관과 같은 업무를 하는 해관(海關)이 모든 물품을 전수 검사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전시회는 그럭저럭 마칠 수 있었지만 실제 고객사에 납품할 때가 문제”라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산둥성에서 공장을 운영해 온 중견 스마트폰 업체 B사 임원은 현지 법인 출장을 며칠 더 늦춰야 했다. 중국 비자 발급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중국 영사관은 현지 업체로부터 초청장이 없으면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B사 관계자는 “민간 영역에서는 변화가 없지만 출입국, 통관 등 불편한 점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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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발사 장면 (사진=미 국방부)


실제로 기업간 거래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기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재다. 실제 제품 공급 과정에서 통관 때문에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시급하게 기술 지원을 해야 하는데 담당 직원이 발이 묶이는 일이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고객사를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일상 소비재에 대한 제재를 이어오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보복 여파가 첨단 제조업까지 미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분수령으로 여겨지던 지난 15일 이후 분위기가 더욱 경색됐다.

 

첨단 제조업 시장 열리는데, 타이밍 놓칠라

중국 주요 반도체 업계는 올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우한신신(XMC)은 이미 3D낸드플래시 제조용 장비사 선정을 시작했다. 대만 UMC는 샤먼시 인민정부와 제휴해 시스템 반도체 팹(fab)을 건설 중인데, 같은 부지에 D램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BOE 역시 연내에 착공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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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낸드플래시 투자를 시작한 중국 우한신신(XMC) 반도체 본사 전경 (사진=XMC)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협력 업체들은 메모리 장비에  강점이 있다. 지금은 유례 없는 메모리 호황 덕에 국내 공급만으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후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2~3년간 중국 반도체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미 디스플레이 소재·장비 업계는 BOE·CSOT·티안마 등 중국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반도체 기업들은 라인 투자를 할 때 각 공정별로 표준 장비를 선정한다. 표준 장비로 채택되면 1순위 공급사로 필요 물량을 대부분을 공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반 장비 수주가 중요하다.

 

스마트폰·드론 등 부품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화웨이, 메이주, 오포·비보 등 주요 스마트폰 업계는 카메라모듈, 무선충전모듈, 지문인식센서, 터치 센서,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다양한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 분야는 특히 치열한 기술·가격 경쟁이 이뤄지는 곳으로, 적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 시국인 것을 감안해 움직이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 트집을 잡힐지 모른다"라며 "중국에 생산기지가 있든 없든 불안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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