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M 시리즈’ 출시와 함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략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긴장 관계가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대신 선택한 패널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 숙적인 중국 BOE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17일 업계에 땨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M 시리즈에 BOE 등 중국 패널 업체가 생산한 LCD 채용 비율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갤럭시M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기존 저가형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J 시리즈’를 대체한다. 갤럭시J 시리즈는 연간 1억4000만대의 판매량 중 60~70% 정도가 리지드(기판이 휘어지지 않는) OLED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3월 갤럭시J 시리즈의 이름을 갤럭시M 시리즈로 바꾸고, 디스플레이도 OLED 대신 LCD를 탑재하는 제품 비중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삼성디스플레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스마트폰용 LCD를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중소형 LCD를 생산하던 천안 L5와 L6의 장비들은 최근 2~3년 새 모두 중국 패널 업체들에 중고로 매각했다.

대신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제품은 리지드 OLED와 플렉서블(기판이 휘어지는) OLED다. 이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OLED를 통해 타 스마트폰 업체와 차별화를 꾀하면서 OLED 수요가 계속 늘어왔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리지드 OLED가 아닌 LCD 사용 비중을 늘린다면,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당장 일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시 탕정면 A1 공장과 A2 공장 일부에서 리지드 OLED를 생산한다. A1 공장의 생산능력은 4.5세대(730㎜ x 920㎜) 기판 투입 기준 월 5만5000장이다. A2 공장(A2E 포함)은 5.5세대(1300㎜ x 1500㎜) 기판 투입 기준 월 19만장 수준인데, 이 중 3만장분 설비는 플렉서블 OLED로 전환했다. 따라서 A2 공장의 리지드 OLED 생산능력은 월 16만장 정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A1 공장과 A2 공장을 합쳐 연간 2억5000만개 안팎의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를 생산한다.

2억5000만개 중 최대 1억개 정도가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J 시리즈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그 양이 크게 줄어든다. 삼성전자가 1억개 물량의 절반만 LCD로 바꿔도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연간 5000만개의 리지드 OLED를 구매해줄 신규 고객사가 필요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출하량. 2018년 2분기부터는 전망치다.  /IHS마킷, 현대차증권 제공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보면, 리지드 OLED를 대규모로 구매할 고객사가 나타나기는 힘들어보인다. 스마트폰 업체들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더 싼 소재⋅부품을 적용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역시 저가형 라인업인 갤럭시M 시리즈의 마진폭 확보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리지드 OLED에서 LCD로 교체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스마트폰용 LTPS LCD(5.99인치) 가격은 1개당 17달러 수준이다. 이에 비해 리지드 OLED의 공급가격은 이보다 약간 높은 20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 볼 때 부품 원가가 15% 이상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가격을 LTPS LCD 공급가만큼 내려서 고객사를 새로 확보하거나, 가동률을 A1⋅A2 공장의 가동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플렉서블 OLED와 달리, 리지드 OLED는 LTPS 대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이 미미하다. 플렉서블 OLED는 엣지 형태로 휘거나 극단적인 풀스크린 형태가 가능한데 비해 리지드 OLED는 LTPS LCD와 폼팩터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탓이다.

한때 경쟁적으로 리지드 OLED를 도입했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LTPS LCD로 선회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리지드 OLED 판매량을 늘리려면 무조건 판매 가격을 LTPS LCD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M 시리즈 출시는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내부의 일격’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향후 중국 스마트폰 업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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