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지난해 중국 시안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만 3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은 LG화학 역시 현지 공장에서 17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이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SDI⋅LG화학 현지 공장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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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사진=삼성SDI)


삼성SDI 대비 손실 규모는 작지만 LG화학 역시 난징공장에서 지난해 1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000억원 정도였다.3일 삼성SDI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 시안공장(SAPB)은 2016년 매출 638억원, 당기순손실 38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380억원의 순손실은 삼성SDI 연결재무제표 상에 표시되는 종속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 2015년 말 나란히 중국 현지 공장을 건설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등극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배터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현지 시장 공략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양극재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혹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사용하는 삼원계와 리튬⋅인산철(LFP)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계열로 분류된다. 삼성SDI⋅LG화학은 그동안 삼원계 배터리만을 생산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대부분 LFP 계열 배터리를 생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안전성을 문제 삼아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현지 공장을 삼원계 배터리 향(向)으로 건설한 국내 업체에는 날벼락 같은 조치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삼성SDI 시안 공장과 LG화학 난징 자동차 배터리 공장은 연중 가동률 10~20%선에 머물렀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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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된 BMW 전기차 'i3'.(사진=BMW)


만약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 조치가 계속될 경우, 현지 공장을 중국 외 지역으로의 수출 기지로 쓸 수 밖에 없다. 동부 해안에 가까운 LG화학 난징공장에 비해 서부 내륙에 위치한 삼성SDI 시안 공장이 물류에 불리한 구조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한 대당 무게가 최소 200kg을 넘기 때문에 물류비가 제품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은 LG화학 보다는 삼성SDI에 더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SDI의 전지사업 매출 비중(66%)이 LG화학(17%) 대비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화재 사고까지 겹치면서 연간 926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전지부문에서 49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초소재사업부문 호조에 힘입에 회사 전체적으로는 2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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