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새 수장, '친 고객' VS '친 기술' 중 고객 접근성에 무게

전날까지 한진만-남석우 사장 동등하게 하마평 한진만 사장, 개발실 출신에 전마⋅상기팀 두루 경험

2024-11-27     KIPOST

삼성전자가 신임 파운드리 사업부장에 한진만 DS부문 DSA 총괄 사장을 낙점했다. 한 신임 사업부장은 메모리 사업부 개발실 출신이지만 2017년 이후로는 전략마케팅⋅상품기획 등 주로 시장 및 고객과 소통하는 포지션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대형 고객사 이탈 탓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인 파운드리 사업부가 조기 안정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경기도 평택 2라인/사진=삼성전자

 

위기의 삼성, 메모리⋅파운드리 수장 교체…LSI는 유임

 

27일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기 전 이미 메모리⋅파운드리 사업부장 교체는 기정 사실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반도체 ‘업턴’에도 불구하고 메모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신제품 양산 승인 지연 탓에, 파운드리는 대형 고객사 이탈 때문에 부진을 면치 못해서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사업부장은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겸임하는 한편,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한진만 DSA  총괄을 선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전 부문장의 메모리 사업부장 겸임은 삼성전자의 상징인 메모리 사업을 부문장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

다만 이처럼 부문장이 특정 사업부을 직할하면 부문 내 나머지 사업부(파운드리⋅시스템LSI)에 대한 장악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따라서 믿고 맡길만한 인사를 낙점할 수 밖에 없다. 신임 파운드리 사업부장에 오른 한진만 사장과 부문 내 유일하게 유임된 박용인 사장에 대한 인사는 이러한 배경에서 해석된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부장의 경우, 전날까지 한진만 사장은 물론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이 대등하게 하마평에 올랐다. 뚜껑을 열어보니 한 사장이 수장으로 낙점됐고 남석우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부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발령났다. 

한진만 사장과 남석우 사장은 둘 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이다. 한 사장이 반도체 개발에, 남 사장이 제조 및 공정에 주특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장은 커리어 후반부들어서는 전략마케팅과 상품기획 등 시장⋅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포지션으로 옮겼다. 현재 맡고 있는 DS부문 DSA 총괄 역시 미주 지역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과의 접점 역할이다.

삼성전자가 두 사람을 저울질하다 한 사장을 낙점한 게 맞다면, 이는 파운드리 사업부 아킬레스건이 기술 보다는 고객과의 소통에 방점이 찍힌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연이은 고객사 이탈 탓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최대 고객사 중 하나였던 퀄컴이 ‘스냅드래곤’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생산물량을 대만 TSMC로 옮기는가 하면, 구글 역시 스마트폰용 ‘텐서’ 칩 위탁생산 업체를 삼성전자에서 TSMC로 바꾼다. 

한진만 신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텐서는 원래 현 세대(G4)까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해왔는데, 내년에 G5로 업그레이드되며 파운드리를 TSMC로 갈아탈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구글의 ‘칩리스’ 전략에 기여해 온 바를 감안하면 뼈아픈 이탈이다.

따라서 한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부장 부임 즉시 고객사, 특히 북미 고객사들과의 관계 회복에 진력할 전망이다. TSMC의 국가별 매출 비중에서 보듯, 파운드리 기업의 큰손은 모두 미국에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TSMC의 미국 고객사 매출 비중은 65%다. 2위 중국(16%)과의 격차도 아득하다. 직전까지 DS부문 DSA 총괄을 역임한 한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일단 파운드리 고객사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공정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