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ssue] “美 트럼프 인수위,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 비상

로이터 보도, “감세 공약 재원 확보 위해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美 50여개 기업 연합 단체 성명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 안돼” 촉구

2024-11-16     KIPOST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사진=SK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규정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를 지급하는 소비자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 동안 트럼프가 IRA에 따른 대규모 재정 지출에 반감을 보여온 만큼 생산 기업에 주어지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까지 폐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가뜩이나 소비가 주춤한 전기차 수요 위축도 문제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가 매분기 수천억원까지 보조받았던 세액공제가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의 미국 차기 행정부의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미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도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인수팀이 미국 정부가 전기차 구입 시 제공하는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의 IRA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공약에 따라 취임후 자신의 임기 초반에 종료될 예정인 각종 세금 감면을 연장하기 위해선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해 수조달러를 절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도에서는 AMPC까지 폐지될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지역구를 포함한 주에서 일부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이 이미 배정되기 시작했다며, 정권인수팀이 IRA 중 일부 정책은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각지에 공장 설립 등에 거액을 투자해 지급받는 세액공제에 대한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가 혜택을 보는 전기차 구매 소비자 세액공제와 달리 AMPC는 청정에너지 부품의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 등에 주는 세액공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할 때 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까지 생산하면 추가로 ㎾h당 10달러를 세액공제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IRA를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혹평한 바 있다.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했고 집권 1기 당시 파리기후협약도 탈퇴한 그는 굳이 보조금까지 줘 가며 전기차를 육성할 필요가 없으며 전기차가 친환경 운송 수단이라는 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또한 지난 7월 “IRA를 폐지하면 GM 등 경쟁업체는 파괴적 타격을 입겠지만 테슬라가 입을 영향은 가벼울 것”이라며 보조금 폐지를 지지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하더라도 위기와 기회 요인이 상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테슬라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인 현대차·기아는 일단 미국 판매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및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 내연기관차와 순수 전기차를 잇는 브리지 기술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전기차 판매 감소를 완충할 여력이 있다. 여기다 중국 차량에 대한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오히려 전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배터리 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전기차 캐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조금 축소로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면 실적 회복이 더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에 주어지던 AMPC 세액공제마저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되면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우려했던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에 대해 “미국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도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 '소비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IRA법 자체가 폐지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IRA는 크게 ▲소비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생산 세액공제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투자 세액공제는 배터리, 신재생 분야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경우 투자 기업에 투자 규모의 최대 30%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생산 세액공제는 배터리, 신재생 분야 기업이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 시에 품목별로 규정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정부는 업종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왔으며 향후 미국 측과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정권인수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움직임에 대해 미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로 구성된 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 단체인 제로배출교통협회(Zero Emission Transportation Association, ZETA)는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IRA 세액공제가 “전국적으로 엄청난 일자리 증가와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했다”며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간, 조지아와 같은 배터리 벨트(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있는 지역) 주에서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이러한 일자리를 가져오고 실제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가려면 그 목표와 일치된 ‘청정 차량 세금 공제’ 같은 수요 신호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런 투자를 저하하고 미국의 일자리 성장을 해칠 것”이라며 제도 유지를 촉구했다.

ZETA에는 국내 기업인 LG를 비롯해 파나소닉,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 루시드,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업체 EVgo, 미국의 전기회사 에디슨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