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ssue] 애플 에어팟 프로2 '보청기 기능', 美 FDA 승인 획득...처방전 필요없는 소프트웨어로는 처음
애플이 지난 9일 공개한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선 규제 당국 허가 절차를 밟은 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전날(12일) 애플 에어팟 프로2에서 처방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청기 소프트웨어를 승인했다. FDA는 “경도~중등도 난청이 있는 11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전문 보청기를 쓰는 사람과 유사한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소리 증폭 수준과 소음 속 언어 이해도 측정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FDA는 앞서 2022년 처방전이 필요 없는 보청기 판매를 승인한 적이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의 보청기 기능 탑재 에어팟 프로2는 FDA가 보청기의 일반 판매를 허용한 지 2년 만에 등장했다. 현재 시중에서는 블루투스 이어폰 업체 자브라(Jabra) 등이 처방전 없이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할 수 있는 보청기를 만들고 있으며, 소니도 경증에서 중등도 난청 환자들을 위한 이어폰을 선보이고 있다.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은 경증에서 중등도(중간 정도)까지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위해 설계됐다. 곧 출시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보청기로 전환 가능하고, 각자의 청력에 맞게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다.
FDA는 “이 소프트웨어가 이용자 청력에 맞게 설치되면 에어팟 프로2가 18세 이상의 경증에서 중등도의 청력 손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를 증폭하기 위한 비처방식 보청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FDA의 의료기기 및 방사선 보건센터 국장 대행인 미셸 타버는 “청력 손실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중 보건 문제”라며 “이번 승인으로 더 많은 사람이 청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보청기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애플의 새 모바일 운영체제 iOS 18을 탑재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무선 이어폰과 연결한 뒤 주파수·음량 등에 대해 5분 정도 청력 테스트를 받으면 청력 프로필이 작성된다. 이후 에어팟이 보청기로 전환되면서 착용자의 청력 수준에 맞춰 음악과 소리를 자동으로 증폭시켜준다. 또한 에어팟 프로2에는 콘서트와 같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귀를 보호할 수 있는 청력 보호 모드도 추가될 예정이다.
특히 병원에서 처방받는 수백만원대 보청기에 비해 에어팟 프로2는 30만 원대(249달러)로 저렴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애플은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을 각국 보건 당국의 시판 허가를 받아 올 가을 1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국가별로 적용 시점에 시차가 있을 수는 있다. 애플워치의 배란일 예측 기능도 미국 등에선 2022년부터 쓸 수 있었지만, 국내에선 올해 5월부터 가능해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세계 오디오 기기 시장의 침체 속에서 애플이 중저가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본다. 애플은 웨어러블 기기에 건강 관리 기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애플워치10에 수면 무호흡증과 낙상 등 응급 상황 감지 기능을 담은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팀쿡 애플 CEO는 건강 개선이 애플이 인류에 기여할 가장 큰 공헌으로 꼽기도 했다. 애플은 세계보건기구(WHO)를 인용해 전 세계 약 15억명이 난청을 앓고 있다며 보청기가 내장된 에어팟 프로2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