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ssue] 日 키옥시아, 시황 회복 따른 실적 개선 힘입어 IPO 재추진…SK하이닉스, 투자금 회수 길 열려

상장시 SK하이닉스 최대 34% 지분 확보

2024-08-24     KIPOST
▲키옥시아가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는 일본 혼슈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출처=키옥시아.

 

SK하이닉스가 간접 출자한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오는 10월 일본 도쿄증시 상장에 나선다. 낸드플래시 업황이 살아나면서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덕이다. 키옥시아는 반도체 업황 회복기를 맞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면서 상장을 통해 마련한 확보한 조(兆) 단위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키옥시아에 총 4조 원을 투자한 SK하이닉스도 투자금을 대거 회수할 길이 열려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 구도는 물론이고, 국내외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키옥시아홀딩스는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했다. 오는 10월 상장이 목표다.

키옥시아는 앞서 2020년에도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승인받았으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심화하면서 시황이 불투명해 상장 직전 계획이 연기됐다. 이후 계속되는 경영난에 상장은 더욱 요원해졌지만 최근 반도체 시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키옥시아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메모리 주요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698억엔으로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키옥시아는 이번 상장에서 기업가치 1조5000억 엔(약 13조7300억 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2018년 소프트뱅크(7조1천800억엔) 상장 이후 최대 규모로, 계획대로 IPO가 성사되면 올해 일본 증시 최대어다. 지난해 상장 최대 규모였던 반도체 장비회사 고쿠사이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240억 엔이었다.

키옥시아는 새로 마련한 투자금을 인공지능(AI) 산업이 촉발한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키옥시아는 최근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과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의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6세대 구형 제품 중심인 생산 라인을 8·9세대 첨단 제품으로 전환하는 투자도 진행 중이다.

키옥시아는 2018년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에서 분사돼 설립됐다. 당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하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키옥시아에 투자해 현재 지분 56%를 갖고 있다. 도시바는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에 2조7000억 원을 투자했고, 1조3000억 원을 키옥시아 전환사채(CB) 인수에 써 총 4조 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키옥시아의 상장이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 구도와 더불어 SK하이닉스와의 관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닛케이는 “도시바와 베인캐피털이 키옥시아 상장 이후 보유 주식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컨소시엄이 주식을 매각하면 SK하이닉스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컨소시엄에 속한 펀드 4개 중 키옥시아 지분 25.9%를 보유한 ‘BCPE LP’의 지분 73.5%를 갖고 있다. 단순 환산하면 키옥시아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키옥시아 지분을 최대 15%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도 쥐고 있다. 합치면 34%에 달한다.

닛케이는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메모리 사업 경영통합에 합의하지 않은 바 있어 경영 전략을 놓고 마찰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키옥시아는 지난해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메모리 부문 통합을 추진했으나 SK하이닉스의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키옥시아는 12.4%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1위 삼성전자는 36.7%, 2위 SK하이닉스는 22.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