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ssue] SK그룹, SK온·SK에코플랜트 구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와 결합…리밸런싱(사업구조 재조정) 본격화

SK㈜, SK이노·SK에코플랜트 지분 55.9%·62.1%로 확대

2024-07-20     KIPOST
▲SK(주) 지배구조 재편후 지분구조/SK(주) 제공.

 

SK그룹이 성장성은 높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SK온과 SK에코플랜트를 구하는 데 사업구조 재조정(리밸런싱)의 첫 발을 내디뎠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함으로써 SK온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해 숨통을 틔워주기로 한 것이다. 적자를 내는 회사를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회사와 결합해 자금난을 극복하고 기업공개(IPO)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시작으로 200여개에 달하는 SK그룹 계열사의 합병이나 지분 매각, 중복투자·사업 정리 등의 리밸런싱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는 19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에 대한 동의 안건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으며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도 같은 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간 합병을 의결했다. 또 SK에코플랜트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에센코어 등 2곳의 자회사 편입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재편이 끝나면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36.2%에서 55.9%로,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41.8%에서 62.1%로 모두 과반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주사는 ‘예정된 미래’로 일컬어지는 에너지·환경 사업에 대한 지분을 크게 늘려 사업 성장의 성과를 확보하고, 동시에 자회사들은 그간 분산돼 있었던 사업 핵심 역량을 결집해 단기간에 재무 개선 및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SK㈜ 관계자는 “SK㈜가 보유한 지분가치 중 약 80%가 자회사 지분이며 나머지 20%가 글로벌 자산과 자체 투자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어 자회사들의 성과가 지주사 가치에 직결되는 구조”라며 “중복되는 영역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도출하는 등 자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SK㈜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포트폴리오 재편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주목되는 결정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다. 합병은 오는 8월 27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1월 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은 SK이노베이션이 된다.

이번 합병은 무엇보다 SK E&S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올해까지 설비투자에 약 2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회사는 10분기 연속 적자다. 누적 적자액으로 보면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올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 투자를 위해선 실탄이 필요한데, 자금 조달이 녹록치 않은 형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SK온 부채는 23조4908억원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SK E&S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조1700억 원, 영업이익 1조3320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만 11.9%에 달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힌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시 SK온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마련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외에도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3사가 합병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온이 자체 체력을 키우려면 안정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다.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의 원유 수입·석유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 기업 SK엔텀 모두 알짜 계열사로 평가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면 자산 100조원, 매출 90조원 이상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민간 에너지 기업 중 최대 규모다. SK㈜는 양사간 합병에 따른 시너지로 기존 에너지 사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전기화(Electrification) 사업에서의 신규수요 창출 및 시장 확대 등을 기대했다.

SK이노베이션의 원유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발전사업이 결합돼 일부 중첩된 기능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전기화 사업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ESS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왔고, SK E&S는 충전 인프라, 재생에너지, 에너지 솔루션 등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사업과 전기화 사업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SK그룹의 기대다.

SK에코플랜트가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키로 한 리밸런싱도 굵직한 변화다. 수익성 높은 반도체 모듈과 산업용 가스 회사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둠으로써 환경 사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반도체 관련 사업에 환경 사업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센코어는 홍콩에 본사를 둔 반도체 모듈 기업이다. DRAM 메모리 모듈을 비롯해 SSD, SD카드, USB 등 메모리 제품을 전 세계에 제조·판매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이익 증대가 기대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질소·산소·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산업용 가스와 액화탄산을 장기 공급하는 사업 모델로 안정적 이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SK㈜는 이번 구조 개편으로 3개 회사가 가진 역량을 결합해 ▲친환경/리사이클링 ▲반도체 인프라 분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향후 SK에코플랜트가 환경 분야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반도체·산업용 가스 생산 설비 시장에 확대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SK테스를 통해 IT 자산을 수거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파기하고 메모리 반도체를 재활용·재사용하는 ITAD(IT Asset Disposition)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테스는 에센코어 고객 채널을 활용해 리사이클링을 위한 물량을 확보하고 물류 채널을 결합해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산업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진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우수한 설계 및 시공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산업용 가스 설비 구축과 운영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중복 사업 정리 등 구조 개편 작업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219개인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