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ssue] 한국타이어, ‘차 공조시스템 글로벌 2위’ 한온시스템 1.7조원에 인수
한앤코 보유지분 1.4조원 매입, 3600억원 증자해 최대주주로 "전기차 종합 부품사로 도약“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글로벌 자동차 열관리 시장에서 일본의 덴소에 이어 점유율 2위 업체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한다. 2014년 첫 지분 투자 이후 10년 만에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타이어부터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까지 전기차 핵심 부품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은 지난 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보유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12.2%를 총 1조733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는 이날 ‘한온시스템 투자양해각서(MOU)’도 맺었다.
한국타이어는 조만간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65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상증자에서 발행되는 신주 12.2%를 추가로 취득하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앞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1조8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지분 인수까지 포함하면 한온시스템 인수에 약 2조 8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분 23%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남는다.
한국타이어는 연말까지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타이어가 소속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자산총액은 지금보다 50% 증가해 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순위 3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인수로 타이어와 배터리 등에 이어 자동차 열관리시스템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부품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자동차 산업을 넘어 차세대 기술에 기반한 사업을 확대해 오는 2030년 매출 30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세계 2위 자동차 열관리 기업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는 것은 전기차 시장의 본격 개화에 대비하려는 목적이다. 한국타이어의 세계 최초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은 지난 2022년 출시 이후 글로벌 대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아트라스’라는 브랜드로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 단숨에 전기차 핵심 기술 세 가지를 확보하게 된다.
한때 8조원대에 달했던 한온시스템의 몸값이 한결 가벼워진 것도 이번 딜이 성사된 배경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측은 “한국타이어가 갖춘 공급망을 통해 한온시스템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포드,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이를 포함해 40여 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2021년 초 주가가 2만원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전기차 분야 기대주로 부상했다. 2021년 한앤컴퍼니가 매각 작업에 처음 나섰을 때만 해도 프랑스 발레오와 독일 말레,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 등 해외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다만 한온시스템의 수익성 개선은 숙제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매출은 9조5593억원에 달했으나 영업이익은 277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9%에 불과하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1986년 포드자동차와 만도기계 합작으로 탄생한 옛 한라공조가 전신이며 지난 1998년에는 포드 비스테온의 계열사로 편입되기도 했다. 자동차 공조 부품업체로 출발해 최근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