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공동 개발한 '마이다스메시프리', 150여개사 이상 채택

선행 기술-검증-제조 간 격차 해소

2018-06-04     김주연 기자

5년 전, 삼성전자의 완제품 제조 컨트롤 타워였던 글로벌기술센터(GTC)는 선행기술 검증에 애를 먹었다. 설계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시제품을 만들다보니 온갖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설계와 시생산을 반복하기에는 시간·비용 부담이 컸다.


삼성전자는 이에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전문 엔지니어만 활용할 수 있었던 컴퓨터 응용 해석(CAE) 프로그램을 단순화하자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CAE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다스아이티(대표 이형우)에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지난해 한국기계산업진흥회로부터 ‘2017년 10대 기계 기술’로 선정된 ‘마이다스 메시프리(midas MeshFree)’는 이렇게 탄생했다. 


▲기존 CAE 프로그램은 엔지니어가 직접 요소망(Mesh) 단위를 정하는 FEM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마이다스메시프리'는 물체의 각 경계를 인식, 그리드 메시를 형상 표면 위에 보여준다./마이다스아이티


CAE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생산 전 설계를 기반으로 미리 제품의 성능을 예측하거나 공학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지의 여부를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지식 없이는 활용하기 어려웠다. 엔지니어가 물리적 이론을 기반으로 물체의 기하학적 형상을 유한 개의 요소, 즉 ‘요소망(Mesh)’라는 단위로 분할하고, 도면을 작성하듯 선을 긋고 수치를 기입해야했기 때문이다.


‘마이다스 메시프리’는 내연적 경계 방법(IBM·Implicit Boundary Method) 알고리즘을 적용한 CAE 프로그램이다. IBM 알고리즘은 물체의 각 경계를 인식, 근사치를 계산해 요소망을 정의해주는 기술이다. 


컴퓨터지원설계(CAD) 파일을 그대로 불러온 뒤 요소망 형성 없이 작동 조건만 입력하면 강성, 진동, 열, 소음 등의 성능 평가를 진행한다. 일일이 요소망을 형성하는 유한요소법(FEM) 대비 정확도는 96%다. 


관련 전공 지식이 없는 설계 엔지니어도 활용 가능하고, 복잡한 설계도 빠르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제공하는 기술 교육 세미나를 활용하면 고급 분석도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출시 후 1년도 되지 않아 LG전자, 한국전력공사, 경동나비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150여곳에 채택됐다.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이 복잡·세밀해지면서 장비 업계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준호 마이다스아이티 사업파트장은 “이 프로그램은 CAE 프로그램의 탈 전문화를 목적으로 개발됐다”며 “향후 유동해석 등의 알고리즘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