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자동화 아닌 비즈니스 모델 혁신”

주영섭 ICT융합네트워크 신임 회장 인터뷰

2018-04-24     오은지 기자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제조업 자동화가 아니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업(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란  소비자, 개인화가 중심이 된 것.”

 

4차산업혁명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까지 도래하지 않은 시대를 미리 예측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더스트리4.0’, 디지털화, 5G 통신망,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과 등치되기도 한다. 


기업 CEO와 정부 관료를 모두 경험해 본 융합 전문가의 시각은 어떨까. 주영섭 ICT융합네트워크 회장(고려대 석좌교수)에게 앞으로 산업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주영섭 회장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강조했다. ICT 기술 발전에 따라 새 시대에 맞는 신산업, 새로운 기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와더불어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술 및 공급자 주도(Driven) 시장, 대량생산 및 대량 소비 체제는 소비자 중심 시장, 개인 맞춤형 생산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기업, 산업, 국가 측면의 변화를 함께 살펴봤다. 

 

 

주영섭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신임 회장.



‘’프로슈머’, ‘인플루언서’ 등장...  ICT 융합(컨버전스) 혁명 이제는 ‘사람중심’

 

3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은 인터넷과 통신망 확충이다 사람들이 통신망으로 연결됐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ICT) 혁명의 물줄기가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사람, 사물이 모두 통신망에 접속하는 초연결(하이퍼 커넥티비티) 시대고, 이를 통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이 동반 발전한다. 

 

주 회장은 “사업모델 측면에서는 각 개체, 특히 사람의 욕구, 바람 등이 모두 표현되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은 이미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스피커, AI스피커 등 다양한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고, 여기에 제공하는 각종 음성인식, AI 알고리즘 업체들도 나타났다. 개인들의 수요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업체도 성업 중이다. 온라인 및 모바일 광고 대행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빠르게 반응형 광고를 출시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대량생산 시대에는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마케팅하면 수요가 촉발됐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아이폰 같은 기기를 떠올린 사람이 많을까, 아이폰이 출시되고 나서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까. 개인맞춤형 사업모델의 이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신종 직업군도 등장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프로슈머(Prosumer), 대중들의 수요를 자극해주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등이 그 예다.



 작은 조직 연합체가 살아남는다

 

한국은 특히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하다.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모바일은 삼성전자를 위시한 협력사 생태계가, 자동차는 현대자동차에 수직적으로 늘어선 생태계가, 인터넷은 네이버가 독점력을 발휘한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한 대기업 고객사에 종속돼 있다.

 

올해 초까지 중소기업청장으로 재직했던 주 회장은 이같은 산업구조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애플과 구글의 앱 생태계를 언급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데 의사결정이 느린 대기업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기업은 적극적으로 협력 생태계를 개방하고 중소기업들은 서로 연결망을 통한 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조직을 자꾸 쪼개 작은 조직의 집합체로 만든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들도 지금까지 독점공급 생태계에서 벗어나 수출 위주 전략을 짜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디다스가 전세계 매장에 개인 맞춤형 신발 생산 기기를 보급해 즉석에서 운동화를 만들어주는 방식은 결국 제조를 시장 가까이에 두겠다는 뜻이다. 기업간거래(B2B) 역시 고객 가까이 가야 경쟁력이 생기므로, 연구개발(R&D) 기능은 한국에 두더라도  제조기지는 해외로 옮기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 산업 유형별 분석, 포인트 지원으로 사례 확산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산업에 대한 실체적인 분석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했다. 

 

주 회장은 “소비재, 부품, 장비, 소재 등 산업과 B2B, B2C 등 사업 유형과 대중소 등 기업 규모를 각각 구분해 다른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가성비 경쟁, 독일이나 일본과 기술력 경쟁에 어떤 기업이 참여할 것인가, 또 어떻게 우위를 점할 것인가 등 유형별 서로 다른 사업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고 봤다. 

 

단순히 숫자에 집착하는 정책을 펼 게 아니라 한두 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이를 산업 전반에 확산시키는 형태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주영섭 회장은 대우전자에 입사해 근무하다 지난 2000년 GE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사장, 현대오토넷 대표(사장), 서울대 공과대 산학협력추진위원장을 역임했고,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제14대 중소기업청장으로 재직했다. 산업과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식견을 가졌다고 평가 받는다. 한국공학한림원 제조혁신 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올해 말까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ICT융합네트워크는 지난 2014년 산업간, 기업간, 산학연관 융합을 목표로 출범한 사단법인이다. 민관 협업체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하고 컨퍼런스, 아카데미 를 개최하고 있다. 독일 '플랫폼 인더스트리4.0'과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