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ssue] 삼성전자 노조, 창사 이래 ‘첫 파업’ 절차 돌입

4일 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신청 조정 불발시 노조 파업 가능한 쟁의권 확보

2022-02-06     KIPOST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이 4일 중노위 조정신청후 밝힌 입장문/삼성전자 노조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돼 온 2021년 노사 임금교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가 중노위 조정 신청을 통해 쟁의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1969년 삼성전자 창립 이후 사상 첫 파업이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 4일 오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노조 공동교섭단은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지연 전술로 교섭을 끌어왔다. 더 이상 사측과의 교섭이 어렵다고 판단해 노동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의 판단을 받기 위해 조정을 신청하게 됐다”며 “이후 우리의 진행 방향은 회사의 교섭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 2021년도 임금교섭을 15회에 걸쳐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전 직원 계약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사협의회가 지난해 3월 정한 기존 임금인상분(총 7.5%) 외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노조가 지난달 회사가 제시한 임금협상 최종안에 대해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지만 반대 의견이 90.7%로 부결됐다. 사측 최종안에는 조합발전기금 3천만원 지원 방안과 함께 노사 상생협의체를 통한 임금피크제, 임직원 휴식권 개선 협의 등이 담겼지만 노조의 임금 관련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노조위원장은 압도적인 반대 의견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노조 측은 즉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차기 위원장 선출 등 조직을 정비 중이다. 비대위는 출범 직후 낸 입장문에서 “노사간 대화는 이제 결렬됐다”며 “합법적인 쟁의행위권을 확보하고 회사에 맞서 더 큰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측은 그간 협상 내용과 더불어 사측의 태도에도 불편함을 보였다. 협상 초반 사측 교섭대표의 직급이 전무에서 상무로 낮아진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조기에 교섭을 종료했다. 이에 상견례를 두 번 치르기도 했다. 

특히 추가 보상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으나 노조와 협의 없이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200%를 특별격려금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등에 별도로 200~300%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조가 주장했던 ‘휴식권 보장’이 최종안에서 빠진 점을 역시 부결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수율을 최대치로 유지하기 위해 특성상 24시간 가동이 필수다. 원하는 만큼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가 중노위 조정 신청을 접수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노위는 조정신청이 있는 날부터 10일간 조정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중 2~3회의 사전조정을 실시한다. 이어 노사 양쪽의 주장을 청취해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본조정을 개최해 조정안을 제시한다. 

만약 노사가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고 한쪽이라도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쟁의 행위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인 쟁의권을 얻는다. 다만 노사 합의로 각각 10일과 15일 이내에서 조정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은 4500명으로 전체 직원(약 11만명)의 4% 수준이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처음 겪는 사건인데다, 창사 이래 최초 파업이라는 상징성도 회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단 사측은 노조와 대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합원 2500명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6월 2주가량 소규모 파업을 벌였다가 결국 회사가 정한 기존 임금인상률에 따르기로 하고 임금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