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ssue] 삼성전자 창사 52년만에 첫 단협 체결…이재용 석방 하루전

2021-08-15     KIPOST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지난 1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단체협약 체결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팀장,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만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52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협약(단협)을 맺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를 공식 선언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이 향후 삼성그룹 전반의 노사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지난 12일 삼성전자는 자사 노동조합(노조) 공동교섭단과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 내에 설립된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4개 노조가 참여했다.

단협 체결식은 이날 오후 3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열렸다. 사측에선 김현석 대표이사(사장)와 최완우 반도체(DS) 부문 인사팀장(부사장)이 참석했다. 노조 측에선 김만재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김항열 삼성노조 공동교섭단 위원장, 삼성전자 각 노조 위원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노조 상근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등 노조 활동 보장 내용과 산업재해 발생시 처리 절차, 인사제도 개선 등 95개 조항에 합의했다. 양측은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30여차례 만나 교섭을 벌였고, 지난달 30일 단체협약안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이후 노조는 조합원 투표 등 추인 절차를 밟았는데,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조합원 투표 결과 96%의 찬성으로 단체협약을 추인했다.

단체협약은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등 제반 사항을 합의한 협약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라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는 직장 내 최상위 자치 규범이다.

노조 측은 이번 단체협약 체결이후 조만간 2021년도 임금협상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사원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7.5%로 결정했다. 기본급 4.5% 인상에 성과급 3%다. 노조는 협의회와는 별개로 노동조합이 주체가 돼 임금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노사 화합 공동 선언’도 발표했다.

김현석 사장은 “오늘은 삼성전자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의미 있는 날”이라며 “앞으로 노사가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지난 1월 단협을 맺었지만, 삼성그룹의 맏형인 삼성전자가 역사상 처음 단협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했던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철회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임직원과의 소통 채널을 ‘노동조합·노사협의회’로 공식 명시했다. 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2008년 이후 소통 채널로 노동조합이 적시된 것은 처음이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첫 단협을 체결했지만 향후 삼성그룹의 노사 관계가 제대로 구축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도 예상된다. 노사 모두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의 무노조 폐기 선언 후에도 삼성 내에서는 노조 활동 방해 의혹과 어용 단체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 계열 노조 10곳이 모인 ‘삼성연대’측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를 비판하기 위해 보수단체가 내건 현수막을 사측이 방치하고, 교섭에 불성실하게 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또 지난 7월 삼성화재노조가 사원협의체에서 노조로 전환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를 상대로 노조 설립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노조간 갈등도 빚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