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 생산을 내재화한다. 배터리가 전기차 생산원가 및 주행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생산 내재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을 내재화한다. 사진은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 LG화학 제공


현대자동차 외에 독일 폴크스바겐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셀 내재화를 진행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전문업체 간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배터리 셀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8GWh 이상이다. 당장 올해 신설할 생산라인 규모만 6.4GWh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에 앞서 오는 5월 시험생산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관련 전문 인력 채용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4~5년간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개발해왔다. 표면적으로는 통상적인 연구개발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배터리 양산 라인 구축 계획을 구체화됐다. 


현대차가 확보하기로 한 8GWh는 쉐보레 ‘볼트EV’를 약 1만6666대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볼트EV에 한 대에는 60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28kWh짜리 배터리가 탑재된 ‘아이오닉EV’는 3만5000대 가량 만들 수 있다. 


배터리 셀 제조 방식은 파우치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전기차에 각각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제조하는 파우치 배터리 셀을 탑재해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자동차 구직 사이트를 통해 배터리 셀 전극 생산 인력을 구인하기도 했다. 과장급 이상의 경력직을 구인해 업계에서는 ‘당장 생산을 시작할 인력을 뽑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구인은 의왕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공지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의왕연구소로 구인한 뒤 근무처를 남양연구소로 변경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아자동차 채용 사이트를 통해 배터리 셀 생산인력을 구인했다./ 기아자동차 제공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에서 직접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고 HL그린파워에서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HL그린파워는 현대자동차그룹이 LG화학과 합작해 설립한 배터리 팩 제조업체다. 현대자동차는 배터리 셀 제조에 있어서는 후발 업체다. 배터리 셀 업체들의 기술 특허를 피하기 힘들다. HL그린파워에서 이 작업을 담당할 경우, LG화학의 기술 특허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 외에도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독일 폴크스바겐은 배터리 셀 개발에 2030년까지 500억 유로(약 65조 175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독일 BMW는 지난 11월 배터리 셀 연구소를 설립하고 4년에 걸쳐 2억 유로(약 2607억4000만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 전고체전지 개발업체인 미국 솔리드파워와 협력하며 전고체전지 기술 확보에 나섰다.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배터리 안정성을 높인 2차전지를 뜻한다. 지금까지 이온전도도가 낮아 개발이 되지 않고 있었으나 최근 일본에서 문제를 해결해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일본 도요타는 12월 파나소닉과 전기차용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도요타는 전고체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자동차를 2022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본격화되며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내재화 제품과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소재 수급과 제조원가 하락에 고민하던 배터리 업체들에게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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