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배터리 가격, 오르지만 않아도 선방’


2018년 배터리 시장은 배터리 가격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원인은 소재별 가격 상승이다. 소재가격 상승에도 전기차 생산 트렌드는 변하지 않겠지만 선두 전기차 업체 성적에 따른 배터리 시장 성장 속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공급부족 소재, 너무 많아 특정하기도 어려워



오익환 SNE리서치 전무는 “현재 문제가 되는 배터리 소재가 너무 많아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소재를 특정할 수가 없다”며 “소재 부족문제로 배터리 가격 하락이 기존 업계 예상보다 1~2년 가량 지체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소재는 코발트다. 12월 14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1톤당 코발트 거래 가격은 7만5949달러(약 8290만원)다. 지난해 12월 평균 코발트 거래 가격은 1톤당 3만2408달러(약 3537만원)로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코발트는 연초 헤지펀드 사재기에 이어 최근 분쟁광물 지정 움직임이 나타나 가격 하락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발트는 주로 다른 광물의 부산물로 채굴된다. 사진은 칠레의 구리 광산. /glencore 제공



올해 배터리 생산라인 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소재는 리튬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이 부족해 배터리 생산라인이 가동 중단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순도가 높은 탄산리튬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업체 요청에 따라 순도가 조금 낮은 리튬이 공급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극재 외에 음극재, 분리막도 공급 부족이 전망된다. 특히 음극활물질인 인조흑연은 원재료인 침상코크스 가격이 올해 하반기 들어 약 세 배 오르며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 이는 중국 내 철강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영향이 크다.


음극재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인조흑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업체간 장기 공급 계약 때문으로 보인다”며 “업체간 재계약 기간이 돌아오는 순간부터 인조흑연 수입가가 크게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소재 재활용이 거론된다.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내부 소재들은 대부분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자체가 초기단계다 보니 재활용할 배터리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배터리 이외의 분야에서 재활용 소재를 추출해내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 사용하고 난 전극봉을 재활용해 인조흑연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내년은 타 업계에서 사용한 소재를 배터리 제조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체, 배터리 가격 낮추기도 올리기도 힘들어



업계에서 요구되는 배터리 가격은 셀 기준 1kWh당 100달러 이하다. 이 가격은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는 기준이다. 현재 자동차용 배터리 가격은 셀 기준 1kWh당 150~200달러 내외다. 


지난 2015년 미국 GM은 자사 전기차 볼트EV의 배터리 납품 예정 가격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공급업체 LG화학은 볼트EV용 배터리를 2022년부터 셀 기준 1kWh당 100달러에 공급할 계획이다.



▲GM에서 밝힌 볼트EV 배터리 셀 가격 하락 계획. /GM 제공



그러나 각 소재 별 이슈가 발생하며 배터리 가격 하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재가격 상승을 견디다 못한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 컨퍼런스콜을 통해 소재가격 상승을 완성차 업체에 전가하도록 계약사항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배터리 납품가 인상 가능성을 의미한다.


업계는 실제 소재 가격 전가가 이뤄진다면 전기차 가격도 따라 상승할 것으로 본다.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분야에서 별 이윤을 남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관계자들은 계약사항 수정 후에도 전기차용 배터리 납품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형진 광주과학기술원 에너지융합학제전공 교수는 “배터리 업체는 납품가를 올려 소재 가격 인상을 완성차 업체에 전가하고 싶겠지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에서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 가격을 올리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전기차 보급 속도, 미국에 달렸다



배터리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기차 보급은 계속될 전망이다.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각종 지원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급 속도다. 업계는 내년 미국 전기차 정책 및 실적이 전기차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는 전기차 보조금 중단 여부다. 공화당은 지난 11월 현재 시행중인 전기차 연방 세액 공제(1대당 7500달러)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배터리 소재가격까지 오르면 전기차 시장 성장은 더욱 더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도 변수 중 하나다. 테슬라는 올해 초 초대형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가동하고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출시했다. 내년 1월 발표되는 2017년 테슬라 실적, 모델3 판매성적은 타 전기차 업체에 영향을 주며 시장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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