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kipost.net)] 자동차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TV·스마트폰 등 전자 업계가 가장 첫번째로 꼽는 신사업 분야다. 기술 사이클이 빠르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IT 시장에 비해 차량용 부품은 한번 장착되면 3~5년 또는 그 이상 장기 공급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 장벽이 높아 경쟁도 상대적으로 널럴한 편이다.

 

특히 IT 기술이 대거 접목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이 속도를 더해가면서 전자 부품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선수'들이 국내에도 이미 상당수 존재한다. 중소·중견 기업 중 차량용 부품 사업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을 들여다 봤다. 

 

 photo 

▲전장부품 개념도. /프레드리히알렉산더대 제작

 


차량용 멀티미디어 반도체, 터줏대감 텔레칩스    

 

텔레칩스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보급형 차량 내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AVN)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다. 

 

EQ900, 제네시스 등 최고급 세단을 제외하고 올해 생산하는 그랜저, K7, 소나타, 싼타페 등 주력 모델의 (표준형) AVN과 오디오에는 대부분 텔레칩스 칩이 실장된다. 현대모비스가 생산하는 제3세대 AVN의 플랫폼 공급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텔레칩스가 주 공급사, 다른 외산 기업이 부 공급사다. 

 

기존 텔레칩스가 주로 공급하던 오디오칩 대비 AVN 플랫폼은 가격이 약 3~4배 차이가 난다. 실제로 텔레칩스의 칩 공급 판가는 3년 연속 상승하고 있는데, 개당 칩 가격은 지난 2015년 6500원 수준에서 9000원까지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판가가 떨어지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양상이다. 자동차 교체 수요에 따라 텔레칩스 매출액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전자·코원·아이리버 등에 MP3용 디지털멀티미디어프로세서(DMP)를 공급하던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애플이 MP3 기능을 내장한 '아이폰'을 발표한 다음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직접 개발했다. 퀄컴, 삼성전자, 인텔, 엔비디아, TI, 인피니언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도 AP 경쟁에 돌입하면서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기대했던 중국 태블릿PC 시장 성장도 지지부진하면서 실적도 떨어졌다. 

 

하지만 위기에서 기회는 찾아 왔다. MP3 이후 시장을 대비해 자동차 영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소량이지만 자동차 업체에 오디오 칩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또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개발해둔 모바일TV(DMB) 칩을 활용, 다양한 기능이 접목된 AVN 반도체까지 개발할 수 있었다. 

 

차량용 반도체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는데는 약 7~8년이 걸렸다. AP 사업 때문에 2011년부터 3년간 내리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차량용 반도체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2014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2%대에서 6%대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photo
▲텔레칩스 실적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KIPOST


 

 

텔레칩스 관계자는 "이제는 차량용 반도체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셋톱박스 등 신사업 매출을 얹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칩스앤미디어, 영상처리용 설계자산(IP) 최강자

 

자율주행차량 관련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는 칩스앤미디어다. 시스템온칩(SoC)의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는 IP를 공급하는데, 차량용 멀티미디어 반도체 1위 기업 NXP가 주요 고객사다. 동영상 압축·압축해제(복호화) 코덱 기술에만 집중해 연 로열티 매출액만 100억원에 이른다. 영상처리 기술은 자율주행,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구현하는 데 필수다. 카메라 센서로 들어 온 움직이는 이미지를 AP가 받아 디스플레이로 뿌려주기 위해서는 대용량 이미지를 압축해서 전송해야 한다.

 

동영상이 구현되는 어떤 플랫폼에도 쓰이기 때문에 칩스앤미디어 고객사는 전세계 수백 곳이다. 지난해에는 드론 1위 업체 DJI의 반도체 개발 자회사가 이 회사 IP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인텔에 인수된 자율주행 플랫폼 업체 모빌아이도 이 회사 IP를 라이선스를 사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스앤미디어는 2003년 설립 당시에는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팹리스였다. 방송 전송방식이 디지털로 바뀌는 시기 디지털TV 칩을 개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공략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자사 칩과 대만 업체와 경쟁에 밀렸다. 보유 기술 중 가장 핵심적인 영상 코덱IP에 집중하면서 기사회생한 바 있다.

 

IP 사업의 장점은 라이선스 수익 외에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시장의 장기공급 시스템과 궁합이 맞다. 

 

 

photo
▲칩스앤미디어 실적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KIPOST

 




 

 

 

차량용 카메라, 엠씨넥스가 빨랐다

 

올해 엠씨넥스 매출액 중 전장용 카메라 모듈 비중은 2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로는 약 1300억~1500억원이다. 

 

 

photo
▲엠씨넥스 실적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KIPOST

 




 

 

2000년대 중반부터 차량용 카메라 시장에 진출한 엠씨넥스는 국내 카메라모듈사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이 출시되자 휴대폰·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시장으로 몰려갔다.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했다.

 

엠씨넥스는 국내 스마트폰 업체가 아닌 중국 시장에 먼저 문을 두드렸다. 중국 ZTE, 일본 교세라 등에서 납품 실적을 쌓아 국내로 유턴했다. 또 차량용 전장 애프터마켓 개발사들을 찾아 자동차 시장에 일찌감치 발을 들였다. 

 

국내 인맥을 활용하기보다 해외로 나간 이유는 기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인데, 카메라모듈 구동계를 자체 설계할 수 있는 업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과 레퍼런스를 축적한 다음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에 입성, 1차 협력사로 등록됐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가격 조정 정책과 경쟁 심화 때문에 적자를 내기도 했지만 올해 다시 수익성을 회복했다. 원가 이하 입찰로 몸살을 앓던 수주전에서 LG이노텍이 한발 물러난 덕도 봤다. 

 

 

커넥터 국산화 하는 연호전자  

 

자동차용 커넥터 세계 시장은 일본 업체의 ‘놀이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세계 점유율 1·2위인 타이코와 야자키가 국내 시장도 장악하고 있었다. 국내 시장은 타이코와 한국단자가 주로 차량용 커넥터를 공급했는데, 한국단자는 야자키와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한 제품을 공급한다.

 

자동차가 IT화 되면서 차량 한 대에 장착되는 전장 부품은 종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에쿠스’에 장착된 전장부품은 44종, 아반떼는 20종이었다. 이후 추가로 자동차에 장착된 무선충전, 스마트 백미러, 스마트 전조등 등 추가된 부품까지 포함하면 전장부품은 많게는 대당 50종 이상으로 추산된다.

 

 

photo
▲각 차에 기본 장착되는 전장 부품 개수. /현대자동차 제공


 

 

전장부품이 늘어날수록 커넥터 수도 많아진다. 현대모비스는 다종 커넥터를 12종으로 표준화하는 프로젝터를 추진 중인데, 이 프로젝트의 주관 협력사로 연호전자가 선정됐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커넥터 협력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연호전자는 LG전자 자동차용 부품 커넥터 공급 논의도 하고 있어 폴크스바겐, GE 전기차의 주요 커넥터 협력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photo
▲연호전자 실적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KIPOST

 




 

 

 켐트로닉스, NXP 손잡고 자율주행 "세계로"

 

켐트로닉스는 군집주행용 온보드유닛(OBU)을 개발, 코다와이어리스와 경쟁한다. 

 

군집주행은 화물 트럭 등이 약 1~5m 간격을 두고 일렬로 늘어서서 달리는 것을 일컫는다. 앞 차와 뒷 차가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달리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오류 없이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 OBU는 신호를 송수신하고 맨 앞 차의 상황을 디스플레이 화면에 띄워주는 모듈로, 각 차에 모두 장착한다.

 

군집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실제로 독일을 종주해 네덜란드까지 주행하는 시험 주행에 성공한 NXP다.  NXP가 협력업체로 낙점한 회사가 켐트로닉스다. 완성차 업체에 공동 영업망을 꾸렸다. 화학, 소재 전문 업체인 켐트로닉스가 전장부품 공급사로 부상한 건 신사업을 위해 반도체 연구원들을 영입한 덕이다. 인텔, 코아로직 출신 연구소장(CTO)이 이끄는 신사업팀에서는 무선충전모듈 외에 자율주행용 OBU, 주차 보조용 서라운드뷰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매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용 유리가공(씬 필름) 사업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전장 부품으로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켐트로닉스 관계자는 "군집주행은 아직 완성차 업체에서 도입하지 않아 실제 양산 사례는 없다"며 "NXP 칩이 들어가는 상용차 상당수에 OBU가 장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종 모터쇼 등에서 NXP와 켐트로닉스의 기술을 통합한 자율주행 시연회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열렸다.

 

올해 하반기 판교에 구축될 자율주행전용 도로와 클러스터 사업에도 켐트로닉스가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실제로 차량에 장착해 데모한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