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테슬라’로 불리는 신생 전기차 회사 패러데이 퓨처가 LG화학이 생산한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다. 그동안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브랜드는 테슬라모터스가 유일했지만, 패러데이 퓨처가 가세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패러데이 퓨처는 중국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업체 러스왕(LeTV·樂視網)의 창립자 지아유에팅이 미국 LA 근교 가디나에 2014년 설립한 전기차 업체다. 2017년 첫 양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원통형 배터리, 수명 문제 괜찮을까



지난 4일 패러데이 퓨처는 LG화학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러데이 퓨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향후 전기차에 적용할 배터리 규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트위터에 공개한 이미지에는 약간의 힌트가 나온다.


ff-vpa-platform

▲패러데이 퓨처가 트위터에 공개한 콘셉트 이미지.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장착될 것을 암시한다. /패러데이 퓨처 제공




이 이미지 상으로는 패러데이 퓨처가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할 계획이며,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차 바닥에 배터리를 배치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BMW 등 전기차를 선보인 브랜드들이 그동안 원통형 배터리를 꺼려왔던 건 수명 문제 탓이다. 양극재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을 사용한 원통형 배터리가 2~3년 뒤 충전용량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 과거 출시된 노트북용 원통형 배터리는 2~3년 정도 사용하면 충전용량이 크게 저하됐다.


ff-lg-cell

▲패러데이 퓨처가 트위터에 공개한 이미지. 원통형 배터리가 사용될 것을 암시한다. /패러데이 퓨처 제공



그러나 최근 생산되는 원통형 배터리는 이 같은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생산하는 원통형 배터리(18650 규격)의 충방전 보증 횟수는 500회다. 테슬라의 ‘모델S’ 항속거리인 450km에 곱하면 총 주행거리는 22만5000km라는 계산이 나온다.


차 한 대가 1년에 대략 2만km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11년 정도는 배터리 문제 없이 탈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충방전 보증 횟수는 효율 80% 이상을 유지하는 범위라는 의미다. 500번 이상 충방전해도 바로 못쓰게 될 수준은 아니다. 2012년 첫 출시돼 4년이 지난 테슬라 모델S와 관련해 충전효율의 급격한 저하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는 것을 봐도 수명이 단점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간 활용성 및 안정성은 오히려 좋아 



여기에 원통형 배터리에는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가 구현하기 힘든 장점이 있다. 바로 공간 활용성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델X’ 발표회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모델S가 공간 활용성이 매우 뛰어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고 강조했다. 


당시 무대 위에 전시된 모델X에는 7명의 사람이 타고도 엔진룸 공간에 많은 짐을 싣는 모습을 연출했다. 모델X의 후미에 승객용 좌석을 배치할 수 있는 것은 이 차의 배터리가 차 하부에 빼곡하게 배치됐기 때문이다. 모델X에는 7000여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직병렬로 연결돼 하부를 채우고 있다.


테슬라 모델 X 팰컨 윙 도어 구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테슬라)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델X 출시 발표회장에서 일론 머스크 CEO가 모델X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테슬라모터스 제공



그동안 국내에 출시됐던 전기차들은 각형 혹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차 트렁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훨씬 좁았다. 물론 승객용 좌석도 배치할 수 없다. 


차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하면 공간 활용성은 물론 안정성도 높아진다. 차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전복 가능성이 줄어든다. 아래가 무거운 오뚝이가 밀어도 넘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w90wYYVbwE5kzzJD2RJNYQ7xZ0O3eZ0GIF6Uxjdc

▲모델S 차 바닥에 있는 배터리 시스템을 분해한 모습. 벌집처럼 생긴 구멍 하나하나가 각각 18650 배터리를 세워 놓은 것이다. /자료:테슬라모터스클럽




배터리 업체에는 불리할 듯



그러나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용 전원장치로 일반화되면 삼성SDI⋅LG화학 등 배터리 업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창 기술이 개발 중인 각형⋅파우치형 배터리와 달리 원통형 배터리는 이미 기술이 표준화 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각형⋅파우치형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 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지만, 원통형 전지는 기술이 완성 단계다. 중국 등 업계 후발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그만큼 남길 수 있는 마진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은 적자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며 “당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통형 배터리가 대세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