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파우치형 2차 전지 만을 적용해왔던 현대⋅기아자동차가 각형 전지를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제조업체에 배터리 공급 방안도 타진했다.


파우치형 전지가 가볍고 디자인이 자유롭지만, 사고시 안전성 측면에서는 각형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차는 차종별로 배터리 이원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향후 중형 이상 고급차와 스포츠 라인에는 각형을, 준중형 이하 중저가 라인에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장착하는 방식이다.



베이징현대, 삼성SDI에 각형 배터리 공급 타진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최근 삼성SDI측에 중국 서안공장에서 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해줄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다. 


현재 삼성SDI 서안 공장에는 월 30만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이 가동 중이다. 30만셀은 전기차 3000대에 장착할 수 있는 배터리 양으로, 삼성SDI는 내년 4월 1개 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주목할 것은 삼성SDI 서안 공장은 각형 배터리만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삼성SDI는 중소형 배터리는 각형과 파우치형 모두 생산하지만,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각형만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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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각형 배터리를 적용한 팩(왼쪽)과 파우치형 배터리를 적용한 팩. /자료=우리투자증권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현재까지 자사 전기차에 파우치형 전지 만을 적용해왔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쏘울EV에는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파우치형 배터리가 장착됐다. 최근 출시된 소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에는 LG화학이 생산한 파우치형 배터리가 장착됐다.


삼성SDI는 현지 고객사 물량을 맞추느라 이번 베이징현대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기아자동차가 각형 전지를 적용할 의사가 있음은 분명하다. 


현대⋅기아자동차가 그동안 자사 전기차에 파우치형 전지를 적용해온 이유는 무게와 디자인 때문이다. 각형 전지는 배터리 셀을 보호하고 있는 알루미늄 캔 때문에 파우치형 대비 무겁다. 


배터리셀 제품


▲삼성SDI가 생산한 자동차용 배터리. /자료=삼성SDI


삼성SDI가 생산하는 28암페어(Ah)급 배터리는 양⋅음극제, 전해액을 제외한 순수 캔 무게만 1개당 200g 안팎이다. 여기에 배터리 상단에 전극 등이 붙어 있는 ‘캡’ 무게는 100g 정도다. 


자동차 1대당 이런 셀이 100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각형 배터리의 알루미늄 무게만 30kg에 이른다. 배터리 캔 만으로 청소년 1명의 무게를 더 싣고 다니는 셈이다. 이는 자동차 연비와 항속거리를 저해하는 원인이다. 


이에 비해 파우치형 배터리는 얇은 알루미늄 필름으로 셀을 감싸기 때문에 무게가 훨씬 가볍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자동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사고시 변형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각형이 파우치형보다 유리하다. 튼튼한 알루미늄 캔이 셀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자동차용 배터리는 1톤의 무게에도 알루미늄 캔이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한다. BMW는 전기차 i3와 PHEV 스포츠카 i8에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를 적용했다. 



▲2014년 전기자동차 종류 및 배터리 타입별 채용현황. /자료=SNE리서치



현대⋅기아자동차, LG화학 배터리 이원화 나설 것


이처럼 각형과 파우치형 배터리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향후 현대⋅기아자동차는 자동차 모델별로 배터리를 이원화 할 가능성이 크다. 각형 배터리는 중형 이상 고급차와 스포츠형 모델에, 파우치형 배터리는 준중형 이하 중저가 모델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배터리 협력사인 LG화학 역시 파우치형 배터리 ‘올 인’ 전략으로는 향후 시장의 절반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대전광역시 기술연구원 차원에서 자동차용 각형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 강성과 캡 어셈블리(상단 전극 등) 안정성이 핵심이다. 현재 삼성SDI의 캡 어셈블리는 신흥SEC가 100% 공급하고 있다. 신흥SEC는 중국 서안 공장에도 삼성SDI와 동반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 한 쪽이 대세가 되기 보다 자동차 종류에 따라 배터리 타입도 달리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급차 및 스포츠 타입은 각형 배터리 적용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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