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거론되는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와 제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관련 행사들이 연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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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제4차 산업혁명’이나 ‘인더스트리 4.0’이 아니더라도 유관 행사의 기조 강연이 관련 주제로 채워지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올 초 일명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의제로 채택되면서 부터다.

독일의 제4차 산업혁명 정책으로 볼 수 있는 인더스트리 4.0는 지난 2011년 1월에 발의되고 2013년 4월 향후 추진방안에 대한 제안이 발표됐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투입 가능한 노동 인력이 부족하고 인건비가 높은 독일이 제조업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다. 독일은 2008·2009년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제조업의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됐던 조선·철강·석유화학에 이어 향후 점점 더 많은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차원의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인더스트리 4.0에 대해 얘기하면 곧바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즉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한 두 사람이 잠깐 생각해서 인더스트리 4.0과 유사한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제조업 위기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국내에서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단편적으로 벤치마킹하는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투자가 되거나 우리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와 독일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크게 다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벤치마킹의 대상이기는 해도 독일의 목표가 우리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그대로 복제하여 활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사례를 분석해보면 그러한 정책을 어떤 방법으로 수립해야 하며 정책 수립에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지는 가늠해 볼 수 있다.

인더스트리 4.0 추진방안은 독일에서 5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해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 수립됐다. 2년이 지난 2015년 4월 보완된 전략이 발표됐고, 2016년 10월 현재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제조업의 위기 극복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독일만큼 긴 기간은 아니더라도 주요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우리가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만큼 시간을 가지고 심사숙고해 수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 제조업 전략 가운데 우리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수 있도록 인더스트리 4.0의 추진현황을 가능하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은(박사)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울산과학기술원(UNIST)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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