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고성 아야스칼라에서

위구르 타림분지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은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 『서유기』의 인물들이 수많은 괴물을 물리친 무대다. 손오공이 큰 부채로 불을 껐다고 알려진 투르판의 화염산 인근에는 삼장법사 일행의 동상을 볼 수 있다.  

 

'타클라마칸'은 투르크말로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크로드는 카라반 (대상)에게 있어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사업무대였던 것이다.

몽골 제국이나 티무르 제국처럼 강력한 국가가 지배할 때는 아마 안전한 통행이 보장됐겠지만, 정정이 불안해지면 1만2000Km의 긴 여정은 극도로 위험한 통상로가 됐다.

 

카라반이 묵었던 숙소를 '카라반 사라이'라고 하는데, 도적들이 들끓을 때는 날만 어두워지면 누가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오아시스 국가들은 통행세를 받아 재정을 충당했는데, 카라반들을 보호해주며 경호비용을 받기도 했다. 

 

순하디 순한 낙타.

 

‘사막의 배’라고 부르는 낙타는 혀와 치아가 튼튼해서 사막이나 초원에서 자라는 가시 많은 풀을 먹을 수 있다. 한번에 100리터(ℓ)의 물을 마시고, 물 없이 3~20일까지 버틴다고 한다.

 

쌍봉낙타는 200~300Kg 짐을 싣고 하루에 30~40Km 거리를 6~8일 동안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사막의 여인들은 낙타오줌으로 머리를 감았는데, 머리에 윤기가 나고 머릿니도 깨끗이 없애줬다고 한다.

 

당시 한국에는 메르스가 발병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낙타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했지만, 남 탓만 하는 정부에 반항(?)하는 의미에서 낙타를 타고 '아야스 칼라(Ayas Qala)'라는 키잘쿰 사막의 고성에 올라가고 풀도 뜯어줬다. 낙타는 생각보다 훨씬 온순하고 겁이 많은 동물이다. 날벌레들이 많이 꼬여서 여성 관광객들은 지저분해서 낙타를 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서워서는 아니다. 

 

 

유르트(Yurt)에서의 하룻밤

 

처음 계획했던 일정을 바꿔 현지 체험을 하기 위해 아야스 칼라 앞에 있는 유목민들의 텐트(유르트)에서 하루를 지낼 수 있게 일정을 조정했다. 운 좋게 초승달이 뜨는 시기에 방문한 아야스 칼라의 밤하늘은 난생 처음 목격했던 은하수가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와 같을 때 하는 말일 것이다.

 

유목민이 사는 텐트 '유르트(Yurt)'.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앉아 프랑스, 홍콩, 우즈베키스탄 친구들과 편한 마음으로 격의 없는 저녁식사를 했다. 주인장 왈(曰), "원수들도 유르트에 오면 친구가 된다"고 한다.

 

동행한 홍성화 교수와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와 보드카를 새벽까지 마시면서 치열한 역사 토론으로 밤을 지새웠다. 은하수가 금방이라도 폭포수가 돼 쏟아질 것 같았다.

 

잠깐 눈을 붙였을까. 아침나절에 투다닥거리는 소리가 나서 텐트 옆을 나가보았더니 유목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가 서로 뒹굴면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개와 고양이도 유르트에 오면 친구가 되는 모양이다.

 

 

아야스 칼라(Ayas Qala) 고성을 바라보며

 

아야스 칼라는 원래 유목민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농경민들이 만들어놓은 성채였다. 14세기에 부근 아무다이야강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면서 거대한 농경 지역을 지평선이 보이는 사막으로 바꿔버렸다고 한다.

 

키잘쿰 사막에 형태가 일부 남은 고성 '아야스 칼라(Ayas Qala)'.

 

구석기 시대부터 관개수로를 놓는 등 수 천 년 동안 풍요로운 농경을 해왔던 이 지역도 물이 없어지자 황막한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낙타도 힘겹게 오른 아야스 칼라는 성채 곳곳이 무너져 내려 삭막한 폐허가 됐다.

 

국가나 기업이나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쇠락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100년에 걸쳐 이뤄진 일이 요즘은 10년만에 일어난다고 한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과거 1960~70년대의 냉전적 사고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새로운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인물이 리더가 돼야 한다. 전세계 사람들과 장사를 해보면 한국사람 한 사람이 웬만한 외국인 두어 명의 몫을 한다. 이런 우수한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 기업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는 무엇보다도 국가ㆍ기업의 리더 책임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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