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에서 외자(外資)로 공장을 설립한 반도체 제조 기업이 올 들어 잇따라 문을 닫고 있어 현지 업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중관춘자이셴 등 중국 주요 언론도 해외 기업의 중국 본토 이탈에 대해 ‘중국
제조업에 겨울이 왔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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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게이트 쑤저우 공장 전경. /기술미학(科技美学) 제공

 

 

지난 1월 한 달간 이미
두 개의 유명 해외 반도체 기업이 중국 공장의 문을 닫았다. 1월 중순 반도체 검사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 기업 UTAC가 상하이 와이가오챠오(外高桥)에 위치한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씨게이트도 중국 쑤저우 공장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UTAC는 지난 달 공장 폐쇄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직원들에게 보상계획 등도 공유했지만 대외적으로 배경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씨게이트는 ‘시장의 변화에 의한 수요 급감’을 배경으로 제시하면서 쑤저우 공장 문을 닫고 2000명을 해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파나소닉도 원가 압박을 못 이겨 중국에
있던 유일한 TV 공장 문을 닫았고, 일본 시티즌(CITIZEN)도 2015년 광저우 거점에서 철수했다. 이어 2016년 베이징에 위치했던 파나소닉 인더스트리얼 디바이스(Panasonic Industrial Devices)도 임금 상승을 못이기고 중국을 떠나면서 장장 20년에 걸친 대륙 여정을 마감했다.

 

 

태국 투자 늘리고 중국 투자 줄인 씨게이트 

 

씨게이트 쑤저우 공장은  장쑤성 우시(无锡) 및 태국와 함께 이 회사 글로벌 3대 제조 거점 중 하나다. 2003년 1월에 쑤저우공업단지 내 종합보세구역 서구에 설립된 바 있다. 


중국서 헤드드라이브 방식의 HDD를 주력으로 생산하는데, 쑤저우는 HDD 글로벌 허브 역할을 했다. 최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HDD 장착 PC와 단말기 수요가 줄어 쑤저우와 우시 공장의 주문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중국 현지 언론은 태국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관련 대단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란 점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 중관춘자이셴은 “중국 공장 문을 닫고 직원을 해고한 것은
씨게이트의 글로벌 전략에 일대 수정이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PC 시장의 수요가 침체되고 HDD 출하량이 급속히 줄어든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게이트는 HDD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태국에 4.7억 달러 규모의 HDD 사업 투자에 나섰다. 

 

앞서 중국정부는 ‘세금 누락’ 문제로 15억위안의 벌금을 징수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사업 철수의 한 배경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에 씨게이트 공장 직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항의 시위 등을
벌이기도 했다.

 

 

돌연 상하이 공장 문 닫은 UTAC 

 

씨게이트와 유사한 시기 공장 폐쇄를 선언한 UTAC상하이유한회사는 글로벌 선두권 싱가포르 상장사로, UTAC의 자회사다. UTAC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2018년 초까지 상하이 공정 운영을 전면 중단하게 된다. 올해 연말까지
생산을 마무리하고 이후 폐쇄 절차를 밟는다. 

 

여러 중국 언론은 이 공장의 자금 상황이나 운영 상태, 실적 등이 양호한 상황이라며 갑자기 폐쇄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싱가포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침체를 거론했다. 

 

UTAC의 상하이 공장은 푸동 와이가오챠오 보세구역에 자본금 3000만 위안으로
세워져 최근까지 약 1000명이 근무했다. 

 

이 회사는 앞서 몇 차례 인수설이 돌았다. 2015년 중국 쟝뎬커지가 이 회사를 인수할 것이란 설이 있었는데, 패키징 및 테스트 역량을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UTAC는 글로벌 톱10 패키지 업체 중 하나로
메모리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혼합신호 및 RF 등 모듈
패키징 및 검사 서비스를 하고 있다. 

 

UTAC 그룹의
생산 거점은 대만 신주(新竹), 중국 둥관(东莞), 상하이와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 있다. 둥관에는 2개의 공장에 있으며 쿼드플랫노리드(QFN) 패키지를 주로 한다. 태국에 소재한 3개 공장은 최대 규모 QFN 패키지 기지이며 UTAC 대만 신주 공장은 과거 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를 주로 했다. 

 

앞서 2014년 UTAC가 파나소닉 소유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3개
패키지 공장을 인수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인수를 통해 파나소닉은 UTAC의 최대 패키징 고객이 됐다. 또 자동차용과 산업용 가전 관련
생산라인 등을 확대한 UTAC가 일본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됐다. 

 

UTAC 대만은 8인치 웨이퍼 패키지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12인치 웨이퍼 패키지 라인 허브는 싱가포르 본사에 있으며 반도체를 월 1억4000 개씩 생산한다.

 

중국 언론은 반도체를 위시한 다양한 제조기업들이 중국 땅을 떠나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 생산라인을 인도에 짓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인력과 재료 등 원가가 상승하고, 여기에 세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외자 기업들이 잇따라 중국을 떠나고 있는 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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